- 기자재업계 “가격경쟁력 등 우위
- 국산화 가이드라인 만들어 달라”
- 정부는 “민간에 강요 못 해” 난감

1990년대 이후부터 끊겼던 원양어선 건조 사업이 국내에서 추진되면서 엔진과 냉동기 같은 어선의 핵심 부품을 두고 일본산을 고집하려는 선주와 국산 부품을 납품하려는 조선기자재 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조선기자재 업계는 정부의 소재·부품 국산화 기조에 발맞춰 부품 국산화를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해양수산부에 건의했지만, 해수부는 민간에 국산 부품을 사용하도록 강제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기술을 일본에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부산지역 조선기자재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 최근 해수부가 출자한 원양어선 안전펀드(국비 850억 원 등 총 1700억 원) 사업으로 2척의 오징어 채낚기 어선이 건조된다. 원양어선 안전펀드는 그동안 국내에서 시도하지 않던 원양어선 건조를 유도하기 위한 사업이다. 2023년까지 건조가 확정된 어선만 해도 17척에 이른다.

문제는 어선을 소유한 선주 측이 원양어선의 핵심 부품인 엔진과 냉동기로 일본산 제품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어선용 엔진과 냉동기 개발을 완료한 조선기자재 업체가 다수 있으며, 사후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 면에서 일본보다 우위를 점하는 곳도 있다는 게 조선기자재 업계의 입장이다. 국내 조선기자재 A사 관계자는 “어선 한 척을 건조할 때 엔진과 냉동기는 총건조 비용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영역이다”며 “국내 부품 산업을 키우자고 해놓고 실제 현장에서는 일본 부품을 쓰면 어떻하느냐”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조선기자재 협동 단체인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은 최근 해수부에 “엔진과 냉동기 등은 대표적인 고부가 가치 영역으로, 부품 국산화가 절실하다”며 “납품 실적을 중심으로 발주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써왔던 일본산 제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선사 측은 관련 기술에 대한 시험 인증서가 있음에도 납품 실적이 없으면 받아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