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정청도 반도체 지원방침 밝혀
- WTO 제소 법률검토도 본격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우리 정부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처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반도체 소재를 비롯한 부품·장비 개발에 총 6조 원을 투입한다.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의 법률 검토 작업이 본격화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에 맞서 부품·장비 등 기술 개발에 6조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산업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지난달 19일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과 연관돼 있다.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를 개발하는 데는 내년부터 10년간 총 1조 원이 투입된다. 일반 소재·부품·장비 개발에는 2021년부터 6년간 총 5조 원이 지원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규제 대상으로 정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는 국내 IT(정보기술) 산업 및 기업에 필수적인 부품”이라며 “향후 10년 안에 총 1조 원을 투입해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이달 중 부품소재 경쟁력 제고 방안을 추가로 발표한다.

더불어민주당·정부·청와대도 이날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어 이번 사태를 국내 반도체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법률적인 대응도 시작됐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일본의 조처가 WTO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수출 통제’에 해당한다고 보고 법률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이번 검토는 산업부 통상분쟁대응과와 통상법무기획과가 진행한다. 이들 두 부서는 최근 우리나라가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와 관련된 WTO 항소심에서 일본에 역전승을 거두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조처는 자유무역에 관한 WTO 정신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못 박았다. 현재 산업부는 일본 정부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11조를 위배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 조항에는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니면 수량을 제한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일(현지시간) “아베 정부가 ‘자유무역 신봉자’를 자처하면서 자국의 기술 수출을 외교 분쟁 무기로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