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상품 판매가 급증한 치매보험에 칼을 댄다.

금융감독원은 2일 합리적인 치매 진단 기준과 치매보험금 지급 조건을 담은 보험약관 개선 계획을 밝혔다.

금감원은 우선 현행 약관에서 뇌영상검사(MRI CT) 같은 특정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 다툼을 유발한다고 봤다. 대부분 소비자는 전문의가 실시하는 인지 및 사회 기능 검사인 ‘CDR 척도’에 따라 보험금을 받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일부 보험사가 뇌영상검사에서 보인 이상 소견을 필수 조건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남 구례군 문척면 월평마을에서 문척초등학교 학생들 치매안심마을 벽화그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구례군은 문척면 월평리를 제1호 치매안심마을로 지정해 치매 조기 검진, 인지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신문DB

금감원은 대한치매학회 등의 의료 자문을 거쳐 치매 진단은 치매전문의의 진단서와 종합적 평가에 기초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도록 했다. 뇌영상검사 등에서 확인되지 않더라도 치매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 보험사는 도덕적 해이 등을 방지하고자 전문의 검사 결과 내용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있게 했다.

일부 보험사가 치매보험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특정 치매질병 코드나 치매 약제 처방 기록을 요구하는 것도 삭제했다. 의료 자문 결과 현재 의학·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치매질병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KCD)로 분류하기 곤란한 사례가 있고, 치매 약제 투약은 치매진단 시 필수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보험료 산출 시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한해 약관상 특정 치매질병 코드 조건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은 약관 변경 권고를 통해 오는 10월부터 약관 개선안을 반영한 치매보험 상품을 판매하도록 한다. 또 감독 행정을 통해 잘못된 약관 문구는 법령 위배 소지가 있음을 보험사에 안내해 수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치매보험 계약은 380만 건이다. 최근 경증 치매 보장 확대 등으로 지난 1~3월만 88만 건을 판매하며 수요가 급증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60만 건이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