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세계 생산량 70~90% 차지
- 반도체 핵심소재 등 3개 품목 규제
- 삼성전자·SK하이닉스 타격 우려
- 정부, 긴급 대응·수출 점검회의

-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 부진 여파
- 6월 수출 지난해 보다 13.5% 감소
- 7개월째 마이너스… 3년 만에 최대 폭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DP) 관련 3개 품목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가뜩이나 악화된 우리 수출이 단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IT(정보기술) 분야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일제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린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국내 부품업체 육성이나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대응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일본 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국제신문DB

■IT 분야에 ‘보복성 규제’

일본 정부가 1일 대한국 수출 규제 대상으로 발표한 3개 품목은 ▷스마트폰 DP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이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되는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수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은 일본으로부터 이들 소재를 공급받아 제품을 만든 뒤 세계 시장에 수출한다. 특히 삼성전자가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제작 중인 폴더블 폰은 FPI를 필요로 한다. FPI는 흔히 ‘휘어지는’ DP로 불린다.

그간 일본 정부는 이들 품목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조치를 해 왔다. 하지만 오는 4일부터 한국을 대상에서 제외해 90일 정도 걸리는 자국 정부의 승인 절차를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출 규제를 가한다. 반도체와 DP가 한국 수출의 ‘효자’ 종목이라는 점에서 이들 기업이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국내 수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해당 기업에 좋지 않은 소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국내 수출은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의 경제 악화 등으로 악화 일로를 걷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19년 6월 수출입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총수출액은 441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6월보다 13.5%나 급감했다. 이 감소율은 2016년 1월(-19.6%)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당시에는 선박 수출 부진이 수출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또 지난해 12월(-1.2%) 이후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일본의 이번 조처가 우리 정부의 우려를 더 높이는 것은 수출 규제 대상이 반도체 등 IT 분야에 한정됐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DP 두 개 품목이 국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지난달 기준)나 된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메모리 가격 하락 등으로 1년 전보다 25.5%나 급감했다. 전체 수출액 감소율(-13.5%)보다 컸던 셈이다.

■“G20 선언문과 배치…WTO 제소”

	자료:무역협회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1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각각 ‘녹실회의’(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와 ‘수출 상황 점검 회의’(성윤모 산업부 장관 주재)를 연이어 열었다. 성 장관은 “우리나라를 겨냥해 일본 정부가 오늘(1일) 발표한 수출 제한 조처는 (지난해 12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이라며 “이번 조처가 지난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선언문의 합의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만큼 WTO 제소를 비롯해 필요한 대응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G20 선언문에는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 환경을 구축하고 시장 개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부는 이날 ‘수출 상황 점검 회의’에서 올해 하반기 무역금융을 119조 원 규모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상반기에는 99조 원이 공급됐다. 특히 119조 원 가운데 60%에 가까운 70조 원은 3분기에 집중 지원된다.

이석주 안세희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