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소(원전) 시대를 연 것은 41년 전이다. 1978년 국내 최초로 상업 운전을 시작한 고리원전1호기는 당시 한국을 ‘세계 21번째 원전 보유국’ 명단에 올려 놓았다. 우리 경제가 안정된 전력 수급을 바탕으로 고성장의 길로 접어드는 주춧돌 역할을 했다.
그런 고리1호기는 2017년 6월 18일 운전을 영구 정지했다. 원전 사고를 사전에 막아 국민 안전을 지키려는 조처였다. 당시 고리1호기는 설계 수명이 만료됐는데도 운전이 연장된 상태였다.
2년이 흐른 현재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는 대변혁의 길로 들어섰다. 고리1호기를 필두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원전 해체 분야에 한국이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고리1호기가 ‘수명을 다한 유물’로 남는 게 아니라 원전 해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또 다른 선례로 남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안전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 있다. 오래된 원전을 없애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사태와 같은 ‘대재앙’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 원전 해체 산업에 뛰어들어 급성장이 기대되는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다는 판단도 있다.
안석영 부산대 원전해체핵심기술연구센터 교수는 16일 “고리1호기 해체가 갖는 의미는 우리나라가 원전 산업과 관련해 사실상 모든 주기(도입→운영→유지·보수→해체)의 기술을 확보한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 있는 원전 25기(고리1호기 포함) 중 2030년 이전에 수명이 끝나는 원전은 총 11기(고리1호기 제외)다. 절반에 가까운 원전이 앞으로 10년 안에 폐로된다는 점에서 원전 밀집 지역인 부울경을 포함해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해체 기술과 전문 인력 같은 준비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의 문턱은 현재 우리 기술력으로 넘기에는 수준이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이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시장도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고리1호기의 운영 노하우 등을 토대로 해체 인프라를 구축하면 시장 선도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부울경에는 탈원전 정책의 핵심 기지인 ‘원전해체연구소’가 설치되는 만큼 관련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제신문은 ‘이제는 원전 해체 산업이다’ 시리즈를 시작한다. 산업 측면뿐 아니라 ▷국민과 지역 주민에 미치는 영향 ▷안전 장치 마련 방안 ▷해체 이후 대지 활용 방안 ▷해외 사례 등을 6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