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호 ‘에코맘 산골 이유식’ 대표가 지난 13일 사옥 입구에서 경영 이념과 사업 비전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3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 중입니다. 시골의 작은 이유식 업체가 주식시장에 입성한다면 지역의 농식품 산업 인프라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정서길.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기도 한 이곳에는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해 제철 이유식 등을 생산하는 업체가 있다. 오천호(38) 대표가 2012년 설립한 ‘에코맘 산골 이유식’이다.

하동군이 고향인 오 대표는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뒤 서울로 올라가 화장품 납품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꽤 번듯한’ 집에 거주하게 됐다. “당시 저는 ‘잘난 맛에 사는 청년 사업가’였습니다. 서울 강남에 식당을 차리겠다는 목표도 있었죠. 하지만 관련 업계가 위기를 겪으면서 제가 하던 사업도 쫄딱 망하게 됐습니다.”

그런 오 대표가 고향에 내려와 이유식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화장품 사업이 어려워졌을 때 친구 아버지에게서 들은 말 한 마디였다. “당시 친구의 아버지는 제게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을 재배하면서 고향에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지역의 농업, 아니 대한민국 농업의 발전을 위해 인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 대표가 에코맘 산골 이유식 설립을 결정하게 된 순간이다.

그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농촌융복합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고향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땅과 고향을 지키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농촌융복합사업은 농업·농촌의 1차 자원과 가공·유통·관광 등 2·3차 산업을 연계해 농촌 산업의 고도화를 이루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에코맘 산골 이유식’ 생산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될 제품이 포장되고 있다.

현재 이 업체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이유식을 250종 생산한다. 즉석 조리제품도 70종가량 만든다. 생산된 제품은 수도권 등지에 있는 주요 백화점에 납품된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이 업체의 매출액은 올해 기준 150억 원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설립 첫해인 2012년 3억6000만 원과 비교해 42배나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도 3명에서 51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오 대표는 “에코맘 산골 이유식의 가치가 단순히 외형적 성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저희는 일반 회사라는 개념보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하동군에 있는 농민 3만 명과 함께 제품을 만드는 업체입니다. 현재 50여 명에 달하는 임직원도 모두 하동군민입니다. 시골 농촌을 우리가 스스로 버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오 대표는 지금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린다. 주식시장에 입성하는 것이다. 목표 시기는 2023년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융복합 사업에 더 매진하면 ‘농촌 기업’으로는 드물게 IPO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90여개의 경남 상장사 중 하동에 본사를 둔 기업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창원 등 산업 도시에 대부분이 몰려 있다.

오 대표는 “올해 11월에는 신규 공장도 준공할 예정”이라며 “대한민국의 농업을 변화시키는 하동의 대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