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원 나선 9곳 중 4곳 부산업체
- 수도권 가교역할하며 성장 도와

부산에서 창업해 600억 원의 인수·합병 신화를 썼던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창업한 3인이 액셀러레이터로 변신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본사를 두고, 지역 스타트업과 수도권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고리를 만들었다. 창업 경험을 살려 후배 창업가의 성장을 돕겠다는 취지다.

액셀러레이터 ‘김기사랩’은 지난해 10월 법인을 설립한 뒤 최근 공식 액셀러레이터 등록을 마치고 ‘김기사랩 1기’ 스타트업 9개사를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9개 스타트업 중 지역 스타트업은 총 3곳이며, 부산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 중인 스타트업 한 곳도 포함됐다.

김기사랩 1기로 선정된 지역 스타트업은 여행객 짐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백스테이션’과 VR(가상현실)을 기반으로 인테리어 서비스를 출시한 ‘티라움랩’, 지역 인재 일자리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이드림’이다. 세 곳 모두 지역 액셀러레이터가 발굴한 곳으로, 김기사랩과 협업을 함으로써 수도권과 접점을 만들게 됐다.

김기사랩은 2010년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 창업가 3인(신명진 박종환 김원태)이 설립했다. 김기사 앱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내비게이션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출시돼 1000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국민 내비게이션’으로 거듭났다. ‘록앤올’은 2015년 카카오내비에 626억 원을 받고 매각됐다.

김기사를 창업한 세 사람이 액셀러레이터로 전환한 까닭은 창업 경험을 후배 기업인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다. 지금은 정부에서 창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지만,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활동하던 엔젤투자자는 드물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투자자를 만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김기사랩 박종환 공동대표는 “스타트업이 초창기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네트워크와 투자 연계”라며 “지역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실력은 서울 못지 않지만, 서울 투자자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앞으로 수도권에서 서울과 지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사랩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공유 오피스 입주 기회를 제공하며 투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 및 수도권의 스타트업과 투자자와의 교류를 추진한다. 지역 스타트업도 발전을 기대한다. 백스테이션 이승홍 대표는 “매각 경험이 있던 선배 기업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며 “판교지역 인프라를 활용하려고 개발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인력을 보냈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