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와 지방세를 합친 정부의 조세 징수 실적이 지난해 378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 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조세 부담률’은 21%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조세 수입이 총 377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2017년(345조8000억 원)보다 32조1000억 원(9.3%) 증가한 것이다. 국세 수입은 293조6000억 원으로 2017보다 28조2000억 원 더 걷혔다. 지방세는 3조9000억 원 증가한 84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2018년 1782조2689억 원) 대비 조세 수입의 비율을 의미하는 조세 부담률은 지난해 21.2%로, 이전 최고치였던 2017년 기록(20.0%)을 1년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해 조세 부담률 상승 폭(1.2%포인트)도 2000년(1.6%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조세 부담률이 지난해 급등한 것은 국세 수입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가 각각 반도체 호조와 부동산 거래 증가에 힘입어 더 많이 걷히면서 국세 수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개인이 부담하는 근로소득세가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정부 예측보다 2조3000억 원 더 걷혔다. 하지만 이는 명목임금 상승과 상용근로자 증가 때문이라고 기재부는 해명했다.

낮은 GDP 증가율도 조세 부담률을 높이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 초반 3%대였던 경상 GDP 증가율(전년 대비)은 2015년 4%대로 올라선 뒤 2017년 5.1%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9%로 쪼그라들었다.

기업과 개인의 조세 부담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가파르게 진행 중인 고령화에 대응하고,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정부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조세 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일곱 번째로 낮다(2017년 기준)는 점도 ‘조세 부담률을 더 높여야 한다’는 정부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