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대표가 주주총회를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27일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는 실패했지만, 29일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방어에는 성공했다. 조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한진칼 석태수 대표이사가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조 회장을 겨냥한 ‘이사 자격 강화 안건’도 부결됐다.

29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한진빌딩 26층 대강당에서는 한진칼의 2019년 정기 주주총회가 개최됐다. 이 날 석 대표이사에 대한 사내이사 안건 표결이 찬성 65.46%, 반대 33.54%로 가결됐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출석 주주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연임에 성공한다.

석 대표이사의 연임은 3대 주주 중 하나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반대했지만 국민연금이 찬성해 가능했다. 한진칼의 지분 구조는 ▷조양호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28.93% ▷KCGI가 설립한 그레이스홀딩스가 10.81% ▷국민연금 7.16% ▷타임폴리오자산운용 3.61% ▷개인주주 김현모 2.48% 등이다.

관심을 모았던 ‘이사 자격 강화안’은 부결됐다. 국민연금이 제안한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정관변경 안건은 특별의결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해당 안건에 대한 표결 결과는 찬성 48.66%, 반대 49.29%로 부결됐다.

이번 ‘이사 자격 강화안’은 조양호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현재 270억원 규모의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안건이 통과되고 곧 열릴 재판에서 조 회장이 금고 이상 형을 받는다면 이사 자격이 자동으로 박탈되었을 것이다. 조 회장은 지주사 한진칼을 통해 대한항공, 한진 등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한진칼 이사에서 물러날 경우 그룹 경영권 행사에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날 석 대표 연임 성공으로 ‘조 회장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내년 주총은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과 그의 아들인 조원태 사장 모두 내년 3월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까지 KCGI가 세력을 늘릴 수 있으며 국민연금이 내년에 어떤 의결권을 행사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박규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