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고려 심도 깊은 분석 주문
한국은행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보고서로 정책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28일 발표된 금융안정상황 참고 자료에서 “금리 상승과 영업이익 감소 충격이 발생하면 중소기업과 조선 등 취약 업종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크게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한은은 “대내외 경영 환경 악화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잠재해 있는 만큼 취약 기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중·장기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구조조정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은은 “최근 일부 지역 경기 부진 등으로 지역민과 지역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의 대출 건전성이 저하되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한은의 이 같은 자료가 정부 정책, 지역의 특수성, 업황에 미칠 영향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발표되면서 시장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과거 실적보다는 성장성과 미래 잠재력을 중심으로 한 혁신 금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그간 금융에 ‘햇볕 날 때 우산을 빌려주고 비 올 때 우산을 걷어간다’는 뼈아픈 비판이 있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에는 금융위원회가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 업체나 영업 악화로 금융 조달이 불가능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금융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지만 한은이 중소기업과 취약 업종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금융의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
지방은행 대출 건전성 지적 역시 지방은행의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의무 비율이 있어 지역 중소기업 대출이 많다. 지역에서 지역업체에 대출을 안 해주면 어디서 대출을 받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은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금융 안정성만을 고려해 중소기업이나 조선 등 취약 업종의 채무상환 능력 악화나 구조조정 가능성, 지방은행의 대출 건전성만 문제로 지적하면 피해는 지역 중소기업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지적에 한은 관계자는 “심도 있는 분석을 하지 않고 일반론으로 발표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충분한 설명 없이 메시지를 발표하면 시장에서는 혼란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