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프라 확충도 없이 섣부른 정책
정부가 26일부터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누구나 살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부산의 LPG 충전소 수가 지역 내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 시민 불편은 물론 해당 정책의 실효성 논란까지 낳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정책 목표만 염두에 둔 채 인프라 확충 없이 섣불리 시행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 법률이 26일부터 시행된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모든 국민은 신규 또는 중고 LPG 차량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택시 렌터카 장애인 등에만 허용돼 왔다. 휘발유차나 경유차를 LPG 차량으로 개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산업부 황병소 가스산업과장은 “정책 시행 초기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각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LPG 차량의 신규·변경·이전 등록은 관할 시·군·구 자동차등록 담당 부서에서 할 수 있다.
문제는 LPG 충전소 수가 ‘태부족’(국제신문 지난 20일 자 1면 보도) 사태를 넘어 부산 안에서도 ‘불균형’ 현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제공 사이트 ‘오피넷’의 공시 자료를 보면 25일 기준 부산의 LPG 충전소 수는 일반 주유소(428개)의 7분의 1 수준인 64개에 불과했다.
16개 구·군별로는 기장군의 LPG 충전소 수가 15개로 가장 많았다. 사상구와 강서구가 각각 11개와 10개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13개 구의 LPG 충전소 수는 모두 10개 미만이었고, 특히 부산진구와 중구에는 1개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6개 구·군 중 LPG 충전소 수가 5개 이하인 곳은 12곳에 달했다. 특히 LPG 충전소가 상대적으로 허가를 받기 쉬운 외곽지역도 불균형이 심했다. LPG 차량 보급의 핵심 인프라인 부산의 충전소 수가 구·군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현행 LPG 충전소 설치 규제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안전 확보를 위해 LPG 충전소의 저장 능력이 클수록 거리나 건물 간 이격 거리를 더 확대하도록 규제한다. 부산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 기장군에 LPG 충전소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LPG 업계에서는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 등을 위해 LPG 차량 규제를 푼 만큼 해당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충전소 설치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실상 준비 없이 LPG 차량 구매를 허용한 것”이라며 “충전소와 관련한 빗장이 풀려야 LPG 차량이 확대 보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부산 LPG 충전소 설치 현황 (단위:곳) |
구·군 |
주유소 |
LPG충전소 |
비율(%) |
강서구 |
49 |
10 |
4.9 |
금정구 |
25 |
2 |
12.5 |
기장군 |
46 |
15 |
3.1 |
남구 |
36 |
1 |
36.0 |
동구 |
10 |
5 |
2.0 |
동래구 |
25 |
1 |
25.0 |
부산진구 |
23 |
0 |
|
북구 |
19 |
4 |
4.8 |
사상구 |
57 |
11 |
5.2 |
사하구 |
36 |
7 |
5.1 |
서구 |
12 |
1 |
12.0 |
수영구 |
17 |
1 |
17.0 |
연제구 |
20 |
2 |
10.0 |
영도구 |
12 |
3 |
4.0 |
중구 |
2 |
0 |
|
해운대구 |
39 |
1 |
39.0 |
계 |
428 |
64 |
6.7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