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2월 전월비 5874명 줄어
- 매년 증가폭 ↓… 해지 늘어난 듯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김영환(65) 씨는 10여 년 전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한 뒤 이 통장으로 단 한 번도 청약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몇 년간은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까지 과열되면서 청약을 넣어도 당첨을 기대할 수 없었다. 주택을 한 채 보유한 김 씨는 최근에는 정부 규제로 청약을 넣을 수 있는 아파트가 많이 줄었다. 김 씨는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돈을 묵혀 놨던 기간이 아깝지만, 앞으로도 이 통장을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해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김 씨와 같은 사례가 늘고 있다. 26일 금융결제원 누리집 아파트투유에 있는 2016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부산지역의 월별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현황 통계를 보면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매달 상승 폭이 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해 12월에는 감소세로 접어들면서 5874명이 급감했다.

2016년 1월부터 시작해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가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17년 12월 가입자 수가 818명 하락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달 기준 부산지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159만2209명에 달했다.

1년 단위로 봤을 때도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016년(1월 기준) 125만1963명에서 2017년에는 139만8527명으로 14만6564명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153만3401명으로 증가 폭이 13만4874명으로 줄더니 올해는 가입자 수가 평년의 절반 수준인 5만8808명 느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줄어든 원인으로 정부 규제로 다주택자가 아파트 청약에 참여할 기회가 줄었고 최근 침체기에 빠진 분양시장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해지하는 사람은 늘고 있고 새로 가입하려는 사람은 줄었다는 것이다. 비조정대상지역에서는 청약통장에 가입한 뒤 6개월만 지나면 청약에서 1순위 자격이 되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년이 지나야 한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다주택자보다는 무주택자가 청약에 당첨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규칙에는 투기과열지구와 청약과열지역,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추첨제로 입주자를 선정할 때 추첨 대상 물량의 75%는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규제가 유지되면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계속 줄 것으로 보인다”며 “청약시장 상황과 정부 정책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만큼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