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부산시가 해양플랜트 고급기술 연구기반 구축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해양플랜트엔지니어링(ATEC) 사업단이 스스로 해단을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예기치 않았던 ‘셀프 해단’ 요구와 관련, 사업단이 기술인력 육성과 설계기술 확보 등 핵심사업을 수행하지 못하고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는 애초 예정된 사업이라며 ‘해양플랜트 고급기술 엔지니어링센터’를 강서구 생곡지구에 짓기로 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4일 해양산업계에 따르면 부경대에 입주해 있는 ATEC 사업단이 최근 관리·감독 주체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측에 오는 5월 해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계획보다 1년가량 일찍 스스로 문을 닫겠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KRISO는 2015년부터 651억 원의 예산(국비 421억 원, 부산시비 135억 원, 민간 95억 원)을 ATEC 사업단에 투입, 내년 4월까지 운영하고 센터 건물도 지을 예정이었다. 부산시 몫인 135억 원은 사무실 임대료, 센터 부지, 건축비 등의 예산이다. 하지만 ATEC 사업단의 ‘셀프 해단’ 방침에 따라 그간의 투자와 향후 계획이 모두 공중 분해될 공산이 커졌다.
사업단이 조기 해단을 요구한 직접적인 이유는 인건비 부족이다. 올해 인건비 예산으로 67억 원을 정부에 신청했지만, 조선퇴직자 예산이 줄어 30억 원밖에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양산업계에서는 인건비 탓 이전에 부실한 운영 실태가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이 사업단 총괄책임자 A씨의 연봉은 3억 원대에 달하지만, 지난 4년간 운영하면서 거둔 프로젝트 계약 실적은 9건, 총수주 금액도 3억 원에 불과했다.
초기 계획됐던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참여가 무산된 데다 해외 고급 엔지니어 영입 계획도 당초 기대와 달리 저조했다. 기술진은 국내 출신 은퇴자가 대부분이었으며 초기 영입했던 해외기술자는 7명 중 2명만 남은 상태이다. 또 기술인력을 육성할 기반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인력을 늘려 현재 6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사업단은 설계기술 확보나 기술인력 육성 등의 핵심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오는 6월 특별 평가를 벌일 예정이기도 하다.
관리·감독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양플랜트업계 관계자는 “수백억 원의 국가예산을 쓰고 4년 동안 수주 금액이 총 3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KRISO와 부산시가 제대로 감독을 하지 않으면서 예산과 시간만 허비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시가 강서구 생곡지구 심해해양공학수조 옆 7450㎡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센터 건립을 강행하면서 예산 낭비라는 업계의 지적을 받고 있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