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크라우드 펀딩 사업이 도입된 때는 2012년 무렵이다. 당시 다수의 크라우드 펀딩 관련 업체가 들어섰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이유는 대부분의 크라우드 펀딩이 보상형 또는 후원형에 그쳤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신생 기업)이 내놓은 제품을 판매하거나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성장은 제한적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2016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에 들어갔다. 스타트업의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서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16년 크라우드 펀딩 발행액(증권형 기준)은 166억 원 수준이다. 2018년에는 317억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투자자는 3만9351명인데, 이 중 41%가 30대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대가 26%로 뒤를 이었다.
시민이 지역기업 키우기에 동참하는 3F(Family Friend Fan) 운동을 중심으로 한 부산지역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국내 주요 크라우드 펀딩 업체(와디즈 오픈트레이드 크라우디) 대표를 만났다. 각자 시장을 분석하고 다루는 전략은 다르지만, 지역 밀착형 사업을 꾸리는 것은 같다. 특히, 부산은 집단지성을 이루기 위한 좋은 구심점을 마련한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다수의 대중이 스타트업 지분을 사들이므로 집단지성에 선택된 스타트업 생존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창업 관련 인프라가 급속도로 성장 중인 부산에서 창업 생태계 구성원이 서로 친해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창업 생태계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기 적합한 구조라는 설명했다.
■ 폭발적 성장
와디즈는 2016년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 사업이 시작된 이후 최근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 3년 동안 와디즈가 중개한 크라우드 펀딩 중개 금액은 1000억 원 규모다. 지난해에만 600억 원이 중개됐다. 지난달에는 최초로 한 달 동안 100억 원 규모의 크라우드 펀딩 중개가 이뤄졌다. 와디즈 최동철 부사장은 “크라우드 펀딩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며 “이미 부산 전담 직원을 배치했으며, 연내 부산에 사무소를 차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사장은 최근 지역에서의 창업 열기에 주목하고 있다. 창업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특성상 기관이 주도해 지역 기업을 육성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어 정책적인 한계가 드러나지만, 부산에는 민간 분야에서 창업 열기가 확산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와디즈는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이미 다수의 일반 투자자를 확보한 만큼, 부산 사무소의 역할은 투자자 확보에서 벗어나 지역 스타트업 발굴에 초점을 맞춘다. 최 부사장은 “크라우드 펀딩 자체가 투자로 분류되는 만큼, 지역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을 면밀히 분석하는 토대를 구축할 계획이다. 투자자 집객은 온라인에서 전국 단위로 이뤄지므로, 와디즈 플랫폼을 활용하는 스타트업은 사업의 확장성이 그만큼 좋다”고 설명했다.
■한 발 앞선 지역 공략
오픈트레이드는 집단지성 발휘에 주목한다. 집단지성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부산을 택했다. 2016년 부산 해운대구에 지사를 설립하며 한 발 빠르게 지역 공략에 나섰다. 당시 부산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주로 리워드형이나 후원형으로, 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말에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소셜러닝’을 합병해 부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소셜러닝’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창업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오픈트레이드는 소셜러닝 한정훈 전 대표의 네트워크에 주목했다.
따라서 지역을 잘 이해한다. 오픈트레이드 고용기 대표는 “창업 관련 행사에서 빠르게 정보만 얻고 흩어지는 서울과 달리 부산에서는 행사를 시작으로 뒷풀이에 이르기까지 창업가들이 끈끈히 뭉친다”며 “뭉친다는 의미는 곧 집단지성의 구심점이 마련되기에 적합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국제신문이 제안한 3F 운동 기반의 민간 크라우드 펀딩 협의체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고 대표는 “현재의 벤처캐피털(VC) 중심의 창업 투자는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결국, 세금으로 스타트업을 키우는 구조인데, 단기간 성과 중심의 고압축 성장 중심 사고 방식에 따른 것”이라며 “시민이 소액으로 참여하는 형태의 크라우드 펀딩은 직접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기업 성장의 과실이 직접적으로 분배된다”고 설명했다.
■금융 전문성 기반
크라우디 김주원 대표는 아직 국내 크라우드 펀딩이 활성화되기에는 멀었다고 분석했다. 영국 미국 등 크라우드 펀딩이 일찌감치 자리 잡은 국가는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0.5~1%에 이른다. 금액으로 추산하면 8조~9조 원에 이르는 시장이다. 반면 2016년에야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이 도입된 한국은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까지 모두 합쳐도 1000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 김 대표는 “투자자 증가율 분야에서도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친다”며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의 한 영역이며, 주식 채권 부동산에 이은 새로운 유형의 금융 자산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크라우디는 현재 스타트업 명품관을 만들어 의미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손익분기점을 넘기 전의 극초기 단계 스타트업뿐 아니라, 수십억 원대의 VC 투자 연계에 성공한 기업도 크라우드 펀딩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한다. 크라우드 펀딩도 금융 자산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유통 관련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크라우드 펀딩에 나서는 등 투자자가 스타트업 사업과 협업해 투자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김 대표는 “VC와 증권사가 크라우드 펀딩 주요 투자자로 나서는 등 투자 유형이 바뀌고 있다”며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주요 투자자를 끌어들여 대중에게 투자 성공 가능성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크라우디는 연내 부산에 사무소를 차려 직원을 배치한다. 지역 액셀러레이터와 협업해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늘릴 계획이다.
부산의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를 위해서는 감정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에는 시장 세분화 등 면밀한 분석 측면에서 충분한 강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한국예탁결제원이 부산에서 주도한 ‘크라우드 펀딩 로드쇼’의 성공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서울 입장에서는 가능성이 없는 사업이었지만, 10개 스타트업 중 무려 8곳이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하며 저력을 알렸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과 협업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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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