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퇴사해 中서 첫 창업 도전
- 무역회사 차렸지만 텃세로 좌절
- 그 뒤 보석무역도 실패 맛 봐
- 세 번째가 ‘업사이클링백’ 사업
- 친환경적 소비로 시장성 높아
- 노인일자리 만들고 아동후원도
부산 동구 평화시장 안에는 가방을 만드는 작은 공방이 있다. 리즈메이드 김의원(56) 대표는 이곳에서 실력 있는 디자이너를 영입해 자원을 재활용한 가방을 제작하고 있다.
김 대표의 역할은 시장 분석과 마케팅이다. 시중은행 외환 딜러와 무역 관련 사업을 진행했던 경험을 살려 내수는 물론 해외 수출까지 노리고 있다. 인근 봉제공장에서 일했던 노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아동 후원을 위한 별도 법인까지 만들어 ‘착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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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즈메이드 김의원 대표는 재활용 가방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인과 아동 등 약자를 돕는 사업도 계획 중이다. 전민철 기자 |
■2전3기
대학 시절, 무역회사를 차리겠다는 포부는 현실에 가로막혔다. 김 대표는 창업 대신 취업을 택했다. 첫 직장은 은행이었다. 은행에서 맡은 업무는 외환 딜러. 국제금융 전문가의 길을 10년 동안 걸었다. 김 대표는 “직장 생활은 만족스러웠지만, 창업 꿈은 결코 버리지 않았었다”며 “1990년대 중반 중국 개방이 기회라고 판단해 중국 현지에 무역회사를 차린 것이 사업의 출발점이었다”고 기억을 꺼냈다.
김 대표는 1998년 중국에 패션 관련 무역회사를 차렸다. 중국 현지에 섬유 자재를 사들여 유럽으로 파는 사업이었다. 인건비가 저렴해 사업이 성공하는 듯했으나, 한국인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데에는 여러 어려움이 뒤따랐다. 결국 김 대표는 중국에서 사업을 접고 부산에서 출범한 증권사의 창립 멤버로 자리를 옮겼다.
두 번째 사업은 부산에서 진행했다. 홍콩 태국 필리핀 중국 등으로부터 보석을 사들여 유럽으로 수출하는 사업이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입점에 성공하며 매출이 급속도로 올랐다. 하지만 두 번째 사업 역시 실패했다. 대형마트의 과열 경쟁을 예측하지 못해 2011년 폐업했다. 김 대표는 “당시 시장을 보는 눈이 부족했다. 2000년대 초·중반은 대형마트가 급속도로 확장하던 시기였고, 이 흐름을 타고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렸다”며 “사업의 최고 경쟁력은 독창적인 아이템을 제조하고, 유통에 대한 경영자의 경험이 필수 요건이라는 점을 그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김 대표는 가방 제조 회사 임원으로 취업해 경력을 쌓았다. 패션잡화 부문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았다. 재직 기간 소개받은 디자이너를 사업 파트너로 삼아 세 번째 사업에 도전했다. 김 대표는 2017년 리즈메이드를 설립해 자원 재활용 가방을 주력으로 삼아 해외 수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원 재활용 시장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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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즈메이드에서 제작한 제품들. |
평화시장 내 작은 공방에는 다양한 가방이 전시돼 있었다. 청바지를 활용한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부터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는 가죽 가방도 있다. 리즈메이드의 주력 사업은 자원을 재활용해 만든 가방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버려진 의류와 원단을 수집해 가방으로 만든다”며 “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아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와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 김명희 팀장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어린 시절 가족을 따라 아르헨티나로 떠났던 김 팀장은 현지에서 봉제공장을 8년 동안 운영한 경험이 있다. 미술 전공을 살려 국내에 돌아온 뒤로는 천연소재를 활용한 공방을 5년 동안 운영하기도 했다.
자원재활용과 천연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제작하는 것은 선진국형 소비가 확산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지구온난화 등 환경 보호에 관심이 늘고 있지만, 자원 재활용 부문은 폐기물 수거와 작업 공정의 어려움 등으로 제조업체에서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리즈메이드는 가방부터 시작해 폐타이어 기반의 생활용품 제작까지 사업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외환딜러와 무역상 경험을 했던 김 대표는 특기를 살려 일본과 대만 등으로 수출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올해부터는 국내 온라인 마케팅 강화를 위해 자체 홈페이지를 제작해 브랜드를 구축할 예정이다. 내수 시장이 활성화하면 일본과 중국의 대표적인 유통망인 라쿠텐과 알리바바 입점을 노린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지난해 리즈메이드에 5000만 원의 재창업자금을 지원했다. 중진공 김병인 전문위원은 “사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자금을 지원했다”며 “신용도도 높아 올해 더 많은 자금 지원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노인 위한 일자리 창출
김 대표는 리즈메이드 사업을 기반으로 봉제공장에서 3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노인을 뽑는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다. 동구와 중구를 중심으로 다수의 봉제공장이 있지만, 최근 섬유산업이 위축됨에 따라 놀고 있는 공장이 많다. 김 대표는 “봉제작업은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리즈메이드의 일감이 늘어나면, 거동이 어려운 노인에게 재택 근무를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베이비 모어 댄 펫(Baby More Than Pet)’이라는 사업체를 만들었다. 일종의 아동 후원 단체다. 애완견에 대한 관심이 늘지만, 떨어지는 출산율 등으로 아동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설립했다. 김 대표는 현재 이 법인을 통해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아동 2명을 후원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목적보다 사회를 위해 더 큰 노력을 하려고 사업을 시작했다”며 “봉사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노인 일자리 창출은 물론 아동 후원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