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 부채비율 7000% 넘어
- 회생 위해 혈세 10조 등 투입
- 합병 땐 무리한 수주경쟁 방지
- 주력생산선종 겹쳐 시너지효과
- 현대重 글로벌 경쟁력 공고해져

국내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2위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 이번 인수로 현대중공업 그룹은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4개의 조선사를 거느린 매머드급 조선기업으로 재탄생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다. 사진은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전경. 연합뉴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조선 지분(55.7%, 5974만8211주) 전량을 현대중공업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1998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에 버금가는 ‘빅딜’이다.

이로써 조선 업계는 ‘빅 스리’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빅 투’ 체제로 재편된다. 업계는 이번 인수를 실보다는 득이 훨씬 큰 대전환점으로 바라본다. 대형 3사의 출혈경쟁이 사라지고, 발주사의 무분별한 선가 후려치기도 완화되는 토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정관리 상태였던 대우조선은 그간 실적 확보에 급급해 저가 수주전을 펴는 경우가 많아 경쟁사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이는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까지 출혈 수주전으로 끌고 들어가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정부는 이번 합병으로 커다란 부담을 덜게 됐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은 부채비율이 7000%가 넘는다. 산은은 지금까지 2조 원이란 막대한 돈을 대우조선 회생에 쏟아 부었다. 대우조선에 직간접적으로 투입된 공적자금은 10조 원이 넘는 규모로 추산된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정부로선 그야말로 골칫거리였다. 일부 구조조정도 했지만 1만여 명에 이르는 막대한 인력의 일터를 잃게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공적 자금을 더 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계륵’같은 존재를 부채비율 100% 이내인 튼실한 현대중공업이 인수함에 따라 정부와 산은 모두 한 번에 짐을 내려놓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인수에 앞서 자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20%를 사우디아라비아 정유회사에 매각해 ‘실탄’ 1조8000억 원을 마련했다.

대우조선 인수는 현대중공업에도 상당한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컨테이너선, 탱크선 같은 상선은 물론 군함 등 특수선에 이르기까지 주력 생산 선종이 겹친다. 합병으로 무리한 출혈 수주에서 벗어나고, 각자 우위를 점한 분야의 기술을 한데 합쳐 동반 상승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현대중공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우위를 강화할 호재를 마련한 것으로 판단한다. 특수선 분야에서 상륙함이나 소형 경비정 중심의 한진중공업과는 부딪히는 선종이 없어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노조가 우려하는 구조조정 등 합병으로 인한 충격파를 대부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는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31일 예정된 2차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연기했는데 인수에 나서는 회사의 노조가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조선경기가 회복세임을 감안할 때 대우조선의 고용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