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 실패한 기업인이 재기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신용등급이 낮아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어려움은 ‘실패’라는 틀에 갇힌 사회적 인식이다. 혼자 재기에 도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한 만큼, 재기에 도전하는 사업가는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사례가 대다수다. 중년의 ‘열정’에 정책 자금 지원은 훌륭한 수단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한 해 1200억 원 규모의 재창업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신용불량 정보 등재, 법원 회생 및 파산인가 결정,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저신용자로 분류된 실패 중소기업 경영인을 대상으로 지원한다. 기술성과 사업성 평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원도 하고 있다. 국제신문은 중진공과 함께 재창업 도전기 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소개한다.
- 연구개발직으로 사회생활 시작
- 이직해 무역 담당 업무도 배워
- 경험 뒤 2010년 회사 세웠지만
- 준비 부족으로 석 달 만에 폐업
- 시장 재조사 뒤 이듬해 재창업
- 김 대표가 직접 발로 영업 뛰며
- 연매출 70억짜리 회사로 키워
- 올해 日 라쿠텐 입점권도 따내
신발 외길 인생 38년. 부산지역 신발 제조업체 더맥스 김치업(50) 대표는 지역 신발 산업의 흥망성쇠를 함께 겪으며 연 매출 70억 원대의 회사를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10~30대를 겨냥한 신발 브랜드를 출시해 올해부터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다. 꾸준한 연구개발이 안정적인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왔다.
■다양한 경험이 창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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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맥스는 단순 신발 제조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며 한 단계 도약을 꿈꾼다. 사진은 더맥스 김치업(왼쪽) 대표가 직원과 신발 도면을 검토하는 모습. 김성효 전문기자 |
김 대표는 38년 전 부산지역 대형 신발 기업에 연구개발직으로 취업했다. 당시만 해도 부산 신발 산업은 부흥기를 맞았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외국 신발 브랜드가 싼 인건비를 찾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며 본격적인 하향세를 걷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회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다음 직무는 무역. 김 대표는 신발 에이전트 회사에 입사해 무역 업무에 뛰어들었다. 국내에 아직 아웃도어 신발에 대한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김 대표는 아웃도어 브랜드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 시기에 국내에도 본격적인 아웃도어 신발 브랜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미 임원급의 경력을 쌓은 김 대표는 회사가 파산하며 직장을 잃었다. 수출 업무로 지식을 쌓았지만, 내수 시장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 2006년 김 대표는 부산지역 한 중소 신발기업에 ‘대리’로 입사했다. 김 대표는 “입사지원서를 냈는데 ‘퇴짜’를 맞았다. 임원급 경력으로 대리 직무에 지원했기 때문이다”며 “사장에게 적은 월급도 좋으니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해 겨우 취업했다”고 말했다. 이후 5년 동안은 배움의 시기였다. 수출 노하우를 내수 시장에 접목해 일하며 사업에 관한 지식을 차곡차곡 쌓았다.
경험을 거치며 2010년 ‘맥스’라는 명칭의 개인 법인을 등록했다. 하지만 준비 과정이 부족해 3개월 만에 폐업했다. 치열한 국내 신발 시장의 경쟁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 대표는 1년 동안 시장 조사를 한 뒤 재창업에 도전했다.
■자체 브랜드 출시로 성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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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맥스 김치업 대표. 김성효 전문기자 |
2011년 신발시장에 아웃도어 붐이 일며 김 대표는 기회를 되찾았다. 2011년 기록했던 5000만 원의 매출은 2013년 30억 원으로 뛰었다. 2014년 이후부터는 연 매출이 50억~70억 원대를 유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성장 ‘비법’은 김 대표의 부지런한 발이었다. 영업을 위해서는 어디든 달려가는 부지런함을 보였다. 김 대표는 “서울의 바이어를 5분 동안 만나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찾아가며 신뢰를 쌓았다”며 “다양한 직장을 거치며 경험한 게 영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레드페이스 웨스트우드 블랙야크 칸투칸 해지스 엘레쎄 등 다양한 브랜드의 신발 제조를 맡고 있다.
정책 자금을 잘 활용한 것도 기업 성장의 배경이다. 중진공은 재창업자금을 지원했다. 운전 자금으로 2016년 3억5000만 원, 지난해 2억5000만 원을 지원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연구개발 인력 3명을 채용해 품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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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발 제품. |
김 대표는 2016년 ‘더맥스’ 법인을 설립했다. 개인 사업 지위를 가진 맥스를 현재 합병하고 있다. 이 과정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바이어를 만나며 구축한 브랜드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재 계약 중인 바이어를 만나 더맥스 설립과 맥스 합병에 관한 동의를 얻고 있다.
올해에는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어글리 비버’라는 자체 브랜드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10~30대용 캐쥬얼 신발 브랜드로 일본 대형 유통망인 라쿠텐 입점권을 따냈다. 일본 시장의 반응을 본 뒤 국내 시장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50억~70억 원 규모의 매출을 거뒀지만, 올해부터는 300억 원대 회사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