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분양면적 줄어 조성원가 ↑
- 소규모 업체 사실상 입주 어려워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제2 센텀 도시첨단산업단지(이하 제2 센텀산단)의 개발제한구역(GB) 해제 선결 과제로 녹지비율을 더 늘릴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녹지비율을 계속 늘렸다가는 분양 원가 등이 더 올라 제2 센텀산단 조성 후에 자본력이 약한 창업기업 등은 이곳에 입주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는 중도위가 제2 센텀산단 GB 해제를 위한 선결 과제로 산단 조성 계획상 녹지비율을 높이라고 주문한 만큼 녹지비율을 더 늘릴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중도위에서 구체적으로 녹지비율을 어느 수준까지 늘리라고 제시하지는 않았다.

지난 13일 열린 중도위에서는 녹지비율 외에 섭생이 좋은 조림지를 보존하고 시민단체와 풍산 노조 등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을 요구했다.

시는 이번 중도위 심의를 받기 위해 녹지비율을 18.5%에서 23.2%로 5%포인트가량 늘렸다. 다음 중도위 심의를 대비해 녹지 비율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문제는 제2 센텀산단 녹지공간은 공사를 맡은 부산도시공사가 조성한 이후에 특정 기업 등에 분양하는 부지가 아니라 시에 기부채납을 해야 하는 구역이라는 점이다. 녹지가 늘면 부산도시공사가 기업 등에 분양할 수 있는 땅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녹지비율이 높아지면 조성원가가 추가로 상승해 제2 센텀산단의 전체적인 분양 원가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녹지면적이 커지면서 3.3㎡당 분양 원가도 30만 원가량 늘었다.

자본력이 있는 큰 기업들은 분양 원가가 올라도 제2 센텀산단에 들어가는 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자본력이 약한 창업기업 등은 분양 원가가 부담스러워 입주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시는 제2 센텀산단에 융합부품소재, 정보통신기술, 첨단신해양산업, 영상·콘텐츠 시설을 유치해 지역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려고 한다. IT기업은 특성상 소규모가 많은데 이런 기업에도 입주 기회를 줘야 한다는 산단 조성 취지도 일부 훼손된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GB 해제를 위한 선결 과제인 만큼 녹지비율을 늘리지 않을 수는 없다. GB 해제 이후 기업을 유치하는 과정 등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는 전체 194만6000㎡ 규모 사업지에 제2 센텀산단이 조성되면 27조4972억 원가량 경제적 효과와 8만4221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GB가 해제되지 않아 제2 센텀산단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제2 센텀산단은 지난해 9월 열린 첫 심의를 시작으로 무려 네 번의 심의와 한 번의 현장실사를 거쳤지만 아직 GB가 해제되지 않았다.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다음 중도위 일정이 잡히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