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1만546건, 대구의 2배 넘어
- 부동산 제도 개편 잦고 복잡해
- 가점 등 자격요건 시민 잘 몰라
- 조정지역 지정 뒤 적발 급증세

부산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A(33) 씨는 결혼 준비를 하며 최근 동래구에 분양을 시작한 아파트에 청약을 넣었다. 며칠 뒤 당첨 소식을 들었고 A 씨는 기쁨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곧 ‘부적격 당첨자’라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A 씨는 세대주가 아닌 세대원으로서 조정대상지역인 동래구에는 1순위 청약을 넣을 수 없었지만 이를 잘 알지 못했던 탓이다.

청약요건이 복잡한 데다 관련 제도가 자주 바뀌는 바람에 청약 부적격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 청약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관련한 규제가 많아 그 피해가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청약 부적격 건수는 부산 울산 대구 대전 광주 등 5대 광역시와 서울 중에서 부산이 1만546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서울(7555건) 대구(4916건) 광주(2956건) 울산(1459건) 대전(1095건) 순이었다.

부산에서 청약 부적격으로 판정된 이유는 청약가점 오류, 세대주 여부, 주택 유무, 지역위반 등 부적격 당첨(7232건)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재당첨 제한(1527건), 무주택세대구성원 중복 청약 및 당첨(689건), 과거 5년 내 당첨 이력(533건), 특별공급 재당첨 제한(337건), 동일 세대 내 중복 당첨(204건), 가점제 당첨자 가점제 재당첨(24건) 순이었다.

부산은 2016년 11월 3일 해운대·연제·동래·남·수영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난해에는 부산진구와 기장군이 추가로 지정됐다. 지난 8월 27일 일광면을 제외한 기장군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부산은 조정대상지역에 지정되기 직전인 2015년에는 청약 부적격 건수가 1638건이었지만 2016년에는 2137건으로 늘었고 2017년에는 4334건까지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 13일까지 2437건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부적격 사례가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정부의 잦은 제도 개편을 들었다. 1978년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이 제정된 후 40년간 청약제도는 139회나 개정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7회, 올해는 5회 개정됐다. 또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부산이 유일한 만큼 피해가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다른 지역보다 1순위 청약 조건이 까다롭다. 세대원은 1순위 청약을 할 수 없다. 또 5년 이내 당첨된 이력이 없어야 한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도 다른 지역은 6개월이지만 조정대상지역은 24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복잡한 규정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실수의 책임은 모두 청약자 몫이다. ‘국토부 담당자도 청약 규정을 헷갈려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 서울·5대 광역시 청약 부적격 건수  (기간 : 2015년~2018년 12월 13일) 서울 7555 부산 1만546 광주 2956 대구 4916 대전 1095 울산 1459 ※자료 : 국토교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