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적비중이 53% 달해

- 미중 무역분쟁 속 선방

올해 부산항의 물동량이 2167만 TEU(6ｍ짜리 컨테이너 1개)를 기록하고 환적물량도 1145만 TEU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처음으로 2000만 TEU를 돌파하면서 더 성장하기 어렵다는 항만업계의 예상을 깨고 미중 무역전쟁 위기 속에서도 사상 최고치 물동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부산항만공사는 올해 부산항 물동량이 2167만4000TEU에 달할 것으로 28일 전망했다. 이는 목표치인 2150만 TEU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지난해보다 5.8%(118만4000TEU) 늘어난 것이다. 올해 부산항을 거쳐 간 컨테이너를 이어 붙이면 13만44㎞에 달하는데, 둘레가 4만 ㎞인 지구를 3.25바퀴 도는 것과 같다. 또 높이 2.4ｍ 기준인 일반 컨테이너를 모두 쌓으면 5만2017㎞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ｍ)를 5879개 쌓은 높이와 맞먹는다.

부산항은 지난해 처음으로 물동량 2000만 TEU를 돌파하면서 세계 항만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2016년 한진해운 사태 이후 부산항의 환적기능이 크게 위축돼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최초의 현대식 컨테이너터미널인 자성대부두가 개장한 1978년 부산항 전체 물동량은 50만6500TEU에 불과했지만 1984년에는 100만 TEU를 넘어섰다. 1997년 500만 TEU, 2003년 1000만 TEU를 돌파한 데 이어 2011년 1500만 TEU 고지에 올랐고, 지난해  2000만 TEU 시대를 열었다.

올해 물동량 증가의 일등 공신은 환적화물이다. 환적 비중이 사상 최고치인 53%에 달했다. 수출입화물은 1021만6000TEU로 지난해 수준에 머물지만, 다른 나라의 수출입화물을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제3국으로 가는 환적 물동량은 1145만8000TEU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환적화물이 큰 폭으로 늘어 부산항 전체 물동량이 목표치를 초과하게 된 것은 올해 상반기에 국제유가와 용선료 상승으로 인한 선사들의 서비스 통폐합에 따른 선대 교체가 주효했다. 또 톈진항 등 중국 항만의 기상 악화와 체선 현상이 심화되면서 북중국 직기항 노선이 부산항에서 환적했고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중국 수입화물에 대해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것을 우려해 미리 물량을 처리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내년 1월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무역분쟁이 격화하면 환적 물동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