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의 비준 문제를 논의해 온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가 해고자와 실업자 등의 노동조합 가입 및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 권고”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공익위원 안을 공개했다. 개선위원회는 “해고자와 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 자격을 제한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 조항이 ILO 핵심협약 제87호와 상충할 여지가 있다”며 “이들의 노조 가입이나 활동을 제한하지 않는 내용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직급·직무 등에 따라 제한한 ‘공무원 노조법’ 조항 역시 ILO 핵심협약 제87호와 상충할 여지가 있다”며 “일반직·별정직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위해 직급 제한을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행 공무원 노조법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을 6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과 일부 특정직 공무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개선위원회는 노조 가입이 가능한 특정직 공무원에 소방 공무원도 포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등교육법에서 규정하는 교원도 노조 설립 및 가입이 가능하도록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법외 노조 통보를 포함한 ‘노조 신고 제도’에 대해서는 “ILO 핵심협약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확보한다는 본래 취지를 법·제도와 실태 양자에서 구현하며 운용될 수 있도록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 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관련해서도 “노동권을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도록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권고 사항은 대부분 경영계가 반대하는 내용이어서 시행 여부를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와 직접적인 근로 관계가 없는 해고·실업자에게 노조원 자격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