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관리인 과다채용 규정
- 장거리 서류 제출 요구 등
- 부산 기업들 “완화” 호소
경영난에 시달리는 부산지역 기업이 낡은 규제로 울부짖고 있다. 참다못한 기업인들이 당국에 규제 완화를 호소했다.
15일 지역 기업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역 기업이 세정 환경 안전 운송 등 여러 분야에서 낡은 규제로 시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규제 탓에 인력 및 시간 등의 낭비가 크다는 것이다.
A업체는 몇 년 전 산업용지 1만6000㎡를 분양받아 그중 1만 ㎡가량에 공장을 건립했다. 나머지 6000㎡는 납품 물량 등을 고려해 추후 증축하려다 경기 침체로 나대지 상태로 뒀다가 감면받았던 취득세를 최근 추징당했다. B업체는 5년 전 취득한 신축 공장용 부지 및 시설을 해당 지자체가 공장용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면서 재산세를 추징당할 처지에 놓였다. 경기가 좋지 않아 공장 가동을 못 하면서 부득이하게 비워두었는데 세금까지 더 내게 된 것이다.
안전관리 책임자 지정 문제도 중소기업의 부담을 키운다. C업체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고압가스 저장시설마다 안전관리 책임자를 선임하는 취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동일 지역 내 여러 개 저장시설이 있다면 한 명의 안전관리 책임자가 공동관리할 수 있는 데도 공동선임을 못 하도록 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D업체 대표도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기준(전기수전용량 1000㎾)이 현실과 맞지 않게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며 “요즘엔 공장자동화나 각종 전기설비 구동으로 웬만한 중소기업도 대부분 1000㎾를 훌쩍 넘기는데 기준이 낮다 보니 별도 전문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 상황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불합리한 규정이나 과도하고 까다로운 절차도 기업의 목을 조인다. E업체(도금업) 대표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과 관련해 사소한 거라도 변경하려면 대전에 있는 화학물질안전원까지 직접 가야 한다”며 “서류만 제출하면 되는 것이라서 우편이나 온라인으로 접수해도 충분할 텐데 대전까지 가서 거의 하루를 허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물운송업체인 F기업은 1ｔ 이하 유해화학물질을 운반할 때 영업허가 면제 대상인데도 운반차량의 규모와 관계없이 방제장비 등은 동일한 기준으로 갖추도록 규정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작은 운반차량에 규정된 방제용품을 모두 실으면 운송 가능한 유해화학물질량이 줄어들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여러 금융기관과 금융공기업이 중기 자금대출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기업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한 철강제조업체 대표는 “돈이 없어서 금융기관을 방문했더니 빌린 돈을 모두 갚아야 돈을 더 빌려주겠다고 하더라”며 “매출도 줄어드는데 대출이 더 되지 않으면 버틸 재간이 없다. 갚을 돈이 있다면 돈을 더 빌리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자동차부품업체는 전체 업계 상황과 달리 사정이 괜찮은데도 자동차 업황이 안 좋다는 소식에 시중은행이 싸잡아 대출을 꺼린다고 호소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이날 부산시를 방문해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시는 “기업인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정부에 건의할 것은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