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력 한계로 핵심사업은 표류
- 조직 축소되며 사업차질 우려도

부산시를 주축으로 지난해 10월 출범한 북방경제도시협의회(이하 북방협의회)의 핵심으로 꼽히는 물류 사업 관련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부산을 중심으로 중국(길림 등 동북3성)과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새로운 경제권을 조성하려 출발했지만,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의 협상력 한계로 관광 이외 경제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경제진흥원이 주축이 된 북방협의회는 내년 4월 부산을 기종점으로 일본과 러시아를 잇는 환동해권 정기 순환 크루즈선을 시범 운영한다고 5일 밝혔다. 5만7000ｔ급 크루즈선 2대를 임차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강원 속초~부산~일본 가나자와를 잇는 관광 사업이다. 부산항은 이 노선에서 모항 역할을 수행해 지역 선용품업체 여행사 항만 관련 기업의 매출 증대 등 직간접적 경제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북방협의회 측은 그동안 일본 서해안권 주요 거점 항만도시(교토부 마이즈루시 니가타현 돗토리현 등)와 몽골 울란바토르를 북방협의회의 신규 회원도시로 유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북방협의회는 크루즈선 시범 운영 사업 등 관광 이외에 사업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물류 부문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북방협의회는 올해 상반기 중국 훈춘의 물류를 러시아 자루비노항을 이용해 부산항으로 옮기는 수출입 화물 인센티브 제공 사업과 중국 쑤이펀허의 수출입 화물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부산으로 옮기는 물류 보조금 시범사업을 제안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북한과의 관계 개선으로 러시아 중국이 새로운 물류 파트너로 부각됐지만,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뤄지는 협상력은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물류 사업은 철도 항만 등 국가에서 관리하는 인프라를 활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협상 도시의 권한은 제약이 있다.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서는 중국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의 도움이 필수다. 북방협의회와 부산시는 인천항을 이용해 유럽으로 연결되는 중국횡단철도(TCR) 노선을 활용 중인 국내 대기업 A 사를 유치했지만, 중국 정부의 반발로 무산됐다. 해당 대기업이 북방협의회와 사업을 진행하면 결국 TCR 대신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노선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6·13지방선거 이후 관심이 덜한 것도 앞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서병수 시장 시절 부산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야심 차게 출범했지만, 오거돈 시장 체제로 접어들면서 관련 조직의 축소가 예상돼 향후 사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부산경제진흥원 김재갑 북방협의회 사무국장은 “관광 부문 성과를 토대로 중국과 러시아 물류 시스템에 체계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

◇ 북방경제도시협의회 일지 2017년 10월 북방경제도시협의회 출범 (한-중-러 5개 회원도시) 2018년 1~8월 북방경제도시협의회 신규 회원도시 유치 (일본 서해안 항만도시, 몽골 울란바토르) 2018년 5월 블라디보스토크 크루즈 관광 비즈니스 교류회 추진 2018년 5~12월  북방지역 복합물류루트 활성화 사업 (추진 중) 2018년 10월 북방 물류시장 개척단 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