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선 붕괴와 10월 급락 등
- 이달 초 단 한 곳도 경고 않아
- 지수, 전망치와 최대 500P 차

국내 증시가 미국발 악재 등의 여파로 최근 ‘약세장’에 진입했지만 이달 들어 ‘코스피 2000선 붕괴’를 예측하거나 투자 자제를 권고한 증권사는 사실상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사들은 코스피지수가 하락하고 나서야 자사 전망치를 낮추는 등 ‘뒷북 대응’에 나서기까지 했다. 증시 흐름의 예측 오류를 최소화한 뒤 투자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해야 할 증권업계가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본지 취재팀이 이달 초 제시된 주요 증권사의 코스피 10월 전망치와 현재 지수 등을 비교한 결과 양측 간 차이는 최대 500포인트에 달했다. 지난 1일 증권사들이 발표한 10월 코스피의 최상단과 최하단 전망치는 각각 2500(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과 2250(삼성증권)이었다. 대신증권(2280~2410) KB증권(2280~2450) 한국투자증권(2300~2450) 등도 유사한 수치를 각각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29일 코스피 종가(1996.05)는 22개월 만에 2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 1일 최상단 전망치(2500)와 비교해 무려 503.95포인트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조짐을 보인 증시 급락세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미국발 악재 등을 고려할 때 증권사들의 증시 예측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증시 쇼크 사태가 본격화된 ‘검은 목요일(지난 11일)’ 이후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전망이 계속 나왔다는 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5일 “코스피의 2000선 붕괴 가능성은 작다”며 대놓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이 증권사는 지난 29일에서야 “최악의 경우 1850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을 수정했다. 지난 1일 코스피의 최상단 전망치를 2410으로 제시한 대신증권 역시 지난 11일 “2100선 전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흐름이 심상치 않자 불과 10일 만에 한 발 뒤로 물러난 것이다. 지난 11일 코스피 하락률은 4.44%에 달했다. 최하단 전망치를 2300으로 제시했던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난 12일 코스피의 ‘바닥’을 2040선으로 슬그머니 낮췄다.

증권업계의 증시 전망이 신뢰를 잃는 사이 피해는 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집중됐다. 외국인 투자자는 8거래일 연속 ‘셀코리아’에 나섰던 지난 18일부터 29일까지 1조9294억 원을 순매도했으나, 정보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201억 원을 팔아치우는 데 그쳤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10월 증권사별 코스피 전망치 구분 범위 신한금투·키움 2300~2500 케이프투자 2300~2470 한국투자 2300~2450 KB 2280~2450 대신 2280~2410 삼성 2250~2400 ※자료 : 각 증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