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직은 제자리… 임금격차도 확대
- 민간부문·단기적 노인 일자리 증가
- 기업, 비용 부담에 투자 감소 영향도
- “노동시장 경직성 키운 정책 부작용”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최근 1년 사이에 정규직 근로자는 거의 늘지 않았고, 비정규직 증가 폭이 컸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삼고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지지부진하고 ‘일자리 질’을 강조했음에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다. 노동시장의 틀을 바꾸는 일련의 정책이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부작용을 낳았다는 진단과 함께 민간영역 일자리 확대 등 정책의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6년 동안 비정규직의 비율은 8월 기준 2012년 33.2%를 기록한 후 2013년에 32.5%로 떨어지더니 2014년 32.2%, 2015년 32.4%, 2016년 32.8%, 2017년 32.9%로 5년 동안 32%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고용 악화에도 ‘고용의 질’은 개선됐다고 주장해온 정부와 여당을 당혹하게 했다.
이처럼 정부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대대적으로 정규직화했음에도 비정규직이 도리어 는 것은 민간 부문에서 비정규직이 그 이상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신발업체 A사는 올해 총 30명의 신입 직원을 채용했다. 이 가운데 10명은 정규직, 20명은 계약직인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생산하는 신발 물량이 내년에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많이 뽑은 것이다. 대신 A사는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하게 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A사는 지난해 600억 원의 연간 매출액을 올렸고 현재 240여 명의 직원을 채용 중이다. A사 대표는 “경기가 좋지 않아 내년 물량의 변동 가능성이 크다. 공장을 유연하게 가동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비정규직을 더 많이 뽑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조선기자재를 생산하는 B사도 지난해보다 39명을 더 채용했다. 이 중 1~2년 단기 계약직으로 12명을 뽑았다. 현재 수주 물량이 많아 직원을 더 고용했지만 향후 납품 물량이 줄어들 수도 있어 비정규직 규모도 늘었다. 현재 190명을 고용한 B사는 당분간 단기간 진행하는 프로젝트성 사업을 많이 수주해 비정규직 형태의 채용을 유지하려고 한다. B사 대표는 “회사 사정이 좋아지고 안정적으로 수주 물량을 확보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진행된 지 1년 만에 비정규직만도 못한 단기일자리만 늘리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정부의 당연한 의무”라고 해명했다. 인구 고령화 시대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60세 미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년 동월 대비 9만 명 감소했지만 60세 이상은 12만6000명 늘었다. 60세 이상 비정규직 증가에는 요양보호사 등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11만6000명)을 중심으로 한 공공근로와 같은 단기 노인 일자리 증가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나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최저임금 인상 등 취약계층 중심의 노동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려 했지만 역효과만 났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을 보면 9월 취업자 수는 2705만여 명으로 1년 전보다 4만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실업자는 1년 전보다 9만2000명 증가한 102만4000명으로 9개월 연속 100만 명대를 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한 원인으로 노동시장 비용 증가와 기업 투자 감소를 꼬집었다.
이지원 김진룡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