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있는 대형 업무·상업용 빌딩에 대한 공시가격이 시세반영률의 4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고가 상위 50개 고급주택 공시가격(건물·땅 합계금액)이 공시지가(땅값)보다 낮은 경우가 3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평화당 정동연 국회의원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과 함께 지난해 1월 이후 매매된 서울의 1000억 원 이상 대형 빌딩의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을 비교한 결과,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가격 비교에서 매각액 상위 10개만을 대상으로 한 경우 매각총액은 4조1363억 원인 반면 공시가격 기준은 1조8567억 원으로 시세반영률은 44.9%에 불과했다. 이들 업무용 빌딩은 서울 종로와 중구 강남구에 집중됐으며, 부영이 매입한 하나은행 을지로 사옥의 경우 8900억 원에 거래됐으나 공시가격은 4400억 원이었다.

정 의원은 “대형건물의 공시가격 현실화비율은 현재 보유세 강화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아파트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고가 단독주택과 마찬가지로 대형빌딩 역시 거래가 흔치 않다는 이유로 공시가격이 시세와 동떨어져 50%이하로 책정되고 있다. 강남아파트 등 고가아파트에 대한 보유세 강화와 더불어 공시가격의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가 단독주택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최고가 상위 50개 고급주택에 대한 과표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를 비교 분석한 결과 2016년에는 42채(84%), 2018년에는 18채(36%)가 토지와 건물가격을 합한 공시가격이 토지가격만 산정한 공시지가보다 더 낮게 나타났다. 즉 집(건물)값이 ‘마이너스(-)’인 셈이다.

서울 가회동 A주택의 공시가격은(건물·땅 합계) 51억 원이지만, 정부가 조사한 땅값은 63억 원이다. 땅값이 집·토지를 합한 가격보다 12억 원 높다. 서울 한남동 B주택은 2016년 기준 주택 공시가격이 77억7000만 원이지만, 공시지가가 103억8000만 원에 달했다.

정동영 의원은 “국토교통부는 매년 수천억 원의 국민 세금을 투입해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를 조사하는데 1989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30년 동안 엉터리 부동산가격 공시가 반복돼온 것”이라며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이 주도하고 있는 현재의 공시가격 등 공시제도의 투명성과 정확성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