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형선 600척 이전 문제 난항
- 계류지 조성공사에도 최소 3년
- 항만업계 해수부 늑장대응 비판

해양수산부가 자성대부두의 물류 기능을 2021년까지만 유지하기로 하면서 이 부두 일대에 있는 급유선, 급수선 등 수많은 소형선박의 대체 계류지 확보가 시급하다. 소형선 계류지 문제가 충분히 예견됐지만 해수부가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30일 항만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내년 말로 계약 기간이 끝나는 자성대부두의 물류 기능을 2021년까지만 유지하고, 2022년부터 2단계 재개발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자성대부두 외에도 4·5물양장, 우암부두, 자성대부두 뒤쪽의 철도부지, 영도구 일부 등 부산항대교 안쪽을 통합 개발할 계획이다.

2단계 재개발이 시작되면 4·5물양장, 봉래동 물양장, 감만시민부두 등 북항 곳곳에 자리 잡은 소형선박 계류시설들이 차례대로 폐쇄되거나 용도 전환될 수밖에 없다.

현재 이곳에 계류하는 각종 소형선박은 600여 척으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자성대부두 사이에 있는 4·5물양장에 가장 많은 400여 척이 몰려 있다. 부산항을 이용하는 각종 선박에 연료유와 물을 공급하는 급유선과 급수선, 청소선 등 500ｔ 이하가 대부분이다.

해수부는 재개발에 맞춰 소형선박 대부분이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소형선박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 부산신항은 대형 컨테이너부두 위주로 건설했기 때문에 급유선, 급수선과 같은 소형선들이 계류할 장소가 턱없이 부족하다. 부산항만공사가 조성한 길이 300ｍ의 소형선부두가 전부인데 수용 능력은 15척에 불과하다.

해수부는 2021년까지 830ｍ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지만 관공선 위주여서 급유선과 급수선 등 항만 서비스에 필요한 소형선박은 26척밖에 댈 수 없다. 소형선박들도 부산신항에 계류지를 마련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급유선의 경우 휘발유 저장소인 저유소가 신선대 부두 인근 백운포마리나 예정구역에 있어 이곳과 부산신항을 오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대포항도 후보지로 거론되지만 업계의 반대가 심하다. 다대포항은 물살이 세 급유선이나 급수선 등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형선박 업계는 정온도(항만에서 배가 머무는 정박지가 바깥쪽 바다나 방파제 밖의 파도로부터 막혀 있는 정도)가 좋은 북항에 대체 계류지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소형선박 대체 계류시설을 마련하려면 공사 기간만 3년 정도 걸리는 만큼 내년부터 건설에 들어가야 북항 2단계 재개발을 시작하는 2022년에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해수부는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체 계류지를 제때 마련하지 못하면 소형선들이 이전을 거부하고 이로 인해 재개발사업 자체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항만업계는 해수부가 부산신항을 조성할 때부터 장기적인 안목으로 소형선박 계류지를 확보해야 했는데 컨테이너 부두를 짓는 데만 급급하다 이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