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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형 협동조합 길찾기 <2> 모범협동조합도 ‘고난의 행군’

유망했던 협동조합도 ‘자금줄’ 꽉 막혀 성장 정체

  • 국제신문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18-09-16 18:42:53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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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협동조합육성 나섰지만
- 자금지원 계획 빠져 ‘사상누각’
- 시중 금융기관서도 보증 꺼려
- 유통조합 브랜드 ‘두리누리’ 등
- 규모 확대 못하고 명맥만 유지
- 해외서는 은행 중심 조합지원
-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사례도

부산에도 지역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되는 협동조합이 나타나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협동조합 그룹인 미그로스가 운영하는 스위스 베른주의 은행. 이 은행은 그룹 내 조합과 조합원에게 출자금 등 필요한 돈을 빌려준다. 스위스 베른=권용휘 기자
약 5년이 지난 현재 이들 협동조합은 더는 몸집을 키우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쪼그라든 모습이었다. 그 외 유망하다는 협동조합 상당수는 사업을 접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금융권의 ‘자금 지원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럴듯한 사업 모델이 있어도 출자금 외에는 자금을 불릴 곳을 못 찾아 규모를 키우기 어려웠다.

■지역협동조합, 한때 전국서 주목

부산도소매생활유통사업협동조합은 협동조합 방안을 담은 기본법이 발효되기도 전인 2012년 4월 지역 중소도매업 42명, 슈퍼마켓 7명, 제조업 1명을 발기인으로 하고, 조합원 51명이 80만 원씩 4080만 원을 출자금으로 마련해 출발했다.

당시 지역에서 도매와 소매, 제조업까지 망라한 유통협동조합이 출범한 것은 처음이었다. 지역 중소도매 유통상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자체 물류센터를 마련해 가격이나 마케팅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 대기업에 맞서자는 취지였다. 당시 중소기업청은 중소유통공동물류센터 지원 사업을 벌여 50명 이상 중소종합소매업자나 10명 이상 중소도매업자가 지자체에 사업계획서를 내면 실태조사와 사업 타당성 검토를 거쳐 국비 60%, 지방비 30%, 자부담 10% 비율로 건립을 지원했다.

조합은 2014년 2월 공동 브랜드 ‘두리누리’를 사용한 상품의 생산, 유통, 판매를 위해 ‘두리식품협동조합’이라는 산하 조합을 설립하기도 했다. 국수 어묵 등 36개 품목을 주문자 생산 방식(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으로 판매했다. 판로를 찾지 못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 중소업체 상품에 유통망을 마련해 주고, 업체는 높은 중간이윤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상구 새벽시장 상인 16명이 1억6000만 원의 출자금으로 만든 새벽농산유통협동조합도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공동브랜드 ‘채과장’을 만들어 2013년 말 기장군에 1호점을 연 뒤 6개월 새 4개의 직영매장을 오픈했다. 당시 매장마다 월평균 매출이 5000만 원을 웃도는 등 협동조합 성공 사례로 손꼽혔다. 직거래 매장을 만들고 질 좋고 값싼 농산물을 공급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소비자들이 밀집한 아파트단지에 직거래 매장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전략이 주효했다. 조합 결성으로 새벽시장의 매출 증대도 꾀할 수 있었다. 이 조합은 2014년 말까지 직영매장 10호점을 개설하고 향후엔 프랜차이즈 매장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조합원·출자금 그때 그대로

이들 협동조합이 성공했다면 대기업 중심인 지역 유통 질서는 꽤 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들 조합은 더는 성장하지 못했다.

부산도소매생활유통사업협동조합은 산하에 30여 개의 전문조합을 만들어 시너지를 창출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규모가 줄었다. ‘두루누리’ 상표를 달고 출시하는 상품은 15개 품목으로 반토막이 났다. 조합원도 거의 늘지 않았고 상당수는 교체됐다. 중앙정부와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공동물류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도 시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엎어졌다. 경남 창원의 경남생활용품유통사업협동조합은 물류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시장에 안착한 것과는 차이가 컸다. 새벽농산유통협동조합 ‘채과장’ 상호를 단 매장은 여전히 4곳에 그쳤다. 조합원 수도 그대로였다.

금융권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 새벽농산유통협동조합 강경철 대표는 “계획대로 10개 점포만 운영할 수 있었으면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금융권의 자금 수혈을 못 받으니 더는 클 수 없었다”며 “1년 정도 된 조합이 무슨 실적이 있고 담보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부산도소매생활유통사업협동조합 이정식 이사장은 “협동조합을 하게 하려면 지금 형태로는 안 된다. 전담해서 지원하는 금융기관이 필요하다”며 “실패가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실패했는지 사례를 분석하고 정확하게 진단을 해서 분명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남은 협동조합도 폐기 순서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지역 협동조합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고, 나머지 지역 협동조합은 고사 상태다. 지역 협동조합이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금은 지난해 기준 6708만 원으로 전국 평균 9415만 원과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기업은 시중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하고, 투자가 성공해 매출액과 이익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각자가 담보를 대고 대출을 받아 출자금을 더 내는 방법으로 자금 수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기 출자금 규모는 미미하다. 이른바 ‘을’ 들이 함께 살아보겠다고 만든 협동조합에서 그럴듯한 담보를 대고 거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자금 지원책 없이 세워진 협동조합 육성 계획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그룹은 1980년까지는 120여 개가 넘는 개별 협동조합의 느슨한 연합체였지만 은행이 중심이 돼 통합해 성장함으로써 글로벌 대기업으로 부상했다. 은행이 몬드라곤 그룹 내 조합에 필요한 대출을 해준다. 스위스의 유통 협동조합 그룹인 ‘ 미그로스’와 ‘쿱’이 비슷한 형태로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협동조합 역사가 5년에 불과한 한국에서 조합이 자체 은행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시중 금융기관에서 협동조합을 지원하기란 쉽지 않다.

부산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협동조합은 일반 기업보다 조건을 완화해 보증을 해주지만 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곳이 대다수”라며 “운영이 어려워 자본금을 까먹는 곳도 상당한데 보증을 서기 어렵다”고 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 지역 대표 유통 협동조합의 출발

이름

설립일

출자금

조합원

부산도소매생활유통사업협동조합

2012년 4월

4080만 원

51명

새벽농산유통협동조합

2013년 7월

1억6000만 원

1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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