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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형 협동조합 길찾기 <1> 지역 협동조합 실태

척박한 환경에 부산 649곳 중 34% 사업 접어… 생존한 조합도 ‘골골’

  • 국제신문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18-09-03 19:08:58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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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협동조합 역사는 짧다. 협동조합기본법은 2012년 12월 발효됐고, 이듬해 협동조합이 들어서기 시작해 올해로 다섯 돌을 맞는다. 기본법은 금융, 보험업을 제외한 어떤 업종이든지 5명 이상이 모여 신고하면 설립할 수 있게 했다. 출자액과 관계없이 ‘1인 1표’로 운영되고,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비영리법인, 인가로 설립) 등 2개의 법인격을 두었으며, 3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모이면 연합회 설립이 가능토록 했다.
   
미그로스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스위스 베른 대형마트의 내부 전경. 미그로스는 또 다른 협동조합인 쿱과 스위스 유통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스위스 베른 = 권용휘 기자
기존에는 농협, 신협 등 개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으로, 이른바 ‘을’ 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형태와는 달랐다. 협동조합이 잘 발달한 스페인이나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도 지금의 협동조합들을 갖기까지 1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이들과 비교하면 젖병도 못 뗀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보통 협동조합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약자들이 뭉쳐 만들고 운영된다.

국제신문은 부산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과 부산지역 협동조합의 실태를 분석했다. 건실한 사업 모델을 갖추고 자립해나가는 곳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또 협동조합 선진국을 찾아 ‘을’ 들의 모임이 어떻게 초국적 기업으로 성장했고, 덩치 큰 조직을 유지하는 비결을 살펴봤다.

수치로 따져 본 부산지역 협동조합의 현실은 ‘안도’와 ‘탄식’이 교차했다. 생각보다 많은 곳이 살아남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에 대해서는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 설립 5년 만에 부산 65% 생존
- 은행대출 못받아 자체 자금 조달
- 작년 조합당 매출액 2억 원 불과
- 조합원 1인당 매출은 4308만 원
- 기업기준으로 보면 ‘좀비’ 상태

■지역 협동조합 생존율 65%

   
3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산에 있는 조합은 649곳이었다. 이중 일반협동조합이 617곳으로 가장 많았다. 지역주민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비영리법인 사회적협동조합은 23곳이었다. 나머지 9곳은 협동조합연합회였다. 업종별로 보면 도소매업이 220곳으로 35.7%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교육서비스업(65곳, 10.5%),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63곳, 102%)이 그 뒤를 이었다. 구·군 별로는 부산진구가 81곳으로 가장 많고, 해운대구(73곳), 연제구(50곳), 남구(49곳) 순서였다.

전국적으로는 모두 1만2499곳이 있었다. 일반협동조합은 1만1594곳, 사회적협동조합은 844곳, 협동조합연합회는 8곳이 있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058곳 26%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도, 전라북도, 광주, 강원도, 부산 순서였다.

부산지역 협동조합 중 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65.7%로 나타났다. 나머지 조합은 폐업(15.6%)했거나 사업 중단(18.7%) 상태였다.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곳 대다수는 수익모델 미비, 사업운영 자금 부족, 조합원 간 의견 불일치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평균보다 12.3% 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역 협동조합의 정상 가동률은 주식회사 등 일반적인 기업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 기업생멸 행정통계’ 보고서를 보면 2013년 문을 연 기업 가운데 1년 이후 생존율은 62.4%고, 3년째 사업을 이어가는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2년 생존율은 49.5%, 5년 생존율은 27.5%로 떨어진다. 기업생멸 행정통계는 신생 기업의 생존율을 분석한 자료다. 부산상공회의소가 국세청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 폐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6년 한 해 동안 개업 1년도 안 돼 장사를 접은 ‘1년 미만 존속사업자’의 폐업은 무려 1만4554명에 달했다. 전체 폐업사업자의 존속연수도 ‘3년 미만’이 전체의 56.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역 협동조합의 출자금과 고용 규모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2015년 평균 1354만 원이었던 출자금은 지난해 2824만 원으로 배 넘게 늘었다. 업체당 근로자 수는 같은 기간 0.8명에서 4.6명으로 6배가량 증가했다.

■수익률 민망… 앞으로가 문제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지역 협동조합이 금융권을 통해 확보한 대출금은 업체당 6708만 원으로 전국 평균 9415만 원에 못 미쳤다. 부채가 낮다는 점은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현상이다. 은행권을 통해 대출 등 지원을 못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의 대다수는 조합원 출자 확대나 이사진 차입 등 내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었다.

경영 실적도 저조했다. 지난해 업체당 매출액은 1억9817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전국 평균 2억7272만 원과 비교해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조합원 1명이 내는 수익이 아닌 매출액이 4308만 원에 그치는 셈이다. 일반 기업 기준으로 보면 자생할 수 없는 ‘좀비’ 상태다.

협동조합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기능과 함께 취약계층 고용, 지역사회 기여 등의 공익적 역할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조합원이 지속해서 이익을 얻어야 조합이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다.

정부와 부산시는 협동조합의 자생력을 높여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의 기반으로 활용하기 위해 제2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올해 수립해 2020년까지 시행할 계획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협동조합이 생겨나면서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고용 등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금융 접근성, 전문인력 양성, 판로개척 등의 기반은 취약한 편이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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