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적 권한이었던 ‘중대한 담합 행위에 대한 전속 고발제’가 폐지된다.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38년 만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21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에 서명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법무부와 공정위는 ▷가격담합과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위법성이 크고 중대한 4개 사안에 대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선 공정위의 고발이 없이도 직접 사건을 수사할 수 있게 된다. 단 이들 4개 사안 이외 시장지배력 남용 등 사건에 대해선 공정위의 전속고발제가 유지된다.

논란을 빚었던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는 계속해서 공정위가 주도권을 갖기로 했다. 리니언시는 담합에 참여한 기업이 자진 신고할 경우 과징금 등 처벌을 면해주는 제도로 담합 사건 수사를 위한 필수적인 제도다. 이에 접수창구를 기존의 공정위로 단일화하되, 정보를 검찰과 실시간 공유하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자진신고 사건은 검찰이 우선 수사를 할 수 있게 했다.

전속고발제 폐지로 자진신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1순위 자진 신고자는 형을 필요적 면제하고, 2순위 자진 신고자는 형을 임의적 감경하는 등의 내용을 법률에 명시하기로 했다.

이 밖에 검찰과 공정위는 전속고발제 폐지에 따른 제반 사항을 긴밀하게 협의하기 위해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속고발제 폐지로 공정거래법에 큰 변화를 맞게 됐다”며 “합의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운영하느냐가 더 큰 과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한편 전속고발제 폐지는 지난 대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공정위와 법무부는 그동안 전속고발제로 인한 공정위의 법 집행 독점으로 각종 부작용을 인정하고 개선 협의를 진행해왔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박상기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박상기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