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품목을 다변화하기보다 수출 대상국을 넓히는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한국 수출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유복근 국제경제연구실장과 이진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20일 발표한 ‘수출다변화의 거시경제 안정화 효과: 한국의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국가별 수출다변화가 한국 수출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켰지만 품목 다변화나 수출경쟁력 향상은 큰 도움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2016년 국내 24개 제조업 부문별 연간 수출자료를 이용한 패널 회귀분석을 통해 국가별·품목별 수출다변화의 정도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자들은 한국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충격에 비교적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국을 다변화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비중은 22.1%였지만 2009년에는 10.4%로 하락했다. 유 실장은 “국가별 수출 구성이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외 상대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덜 받는 중국, 아세안 등 아시아 국가, 유럽연합, 동구권 등 유럽지역 국가로 다양화된 것이 수출에 대한 외부 충격을 줄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위기시기가 아닌 전 기간을 대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수출 품목과 수출 대상국을 다양화할수록 수출은 늘어났다.

유 실장은 “글로벌 충격이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려면 품목별 수출 다변화보다는 국가(시장)별 수출 다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위해 정책당국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정보 제공과 공동 마케팅전략 수립 등을 통해 시장개척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