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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바다…수산업 대재앙 <하> 바다환경 악화와 대책

바다숲 늘리고 고수온에 강한 고급어종 양식해야

  • 국제신문
  •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
  •  |  입력 : 2018-08-10 20:00:44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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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녹음 매년 전년보다 5% 늘어
- 바닷말 줄어들어 생태계 황폐화
- 고등어 50년후 남해 서식 힘들듯

- 품종 개발·외해성 양식어장 확대
- 아열대 어종 어법·가공기술 시급
- 기후변화 대책 입법·정책 수립을

고수온 현상이 심화하면서 양식장의 어류 폐사가 잇따르며 어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9일 해양수산부가 집계한 고수온에 따른 잠정 피해 규모는 122만9000마리, 액수로 18억5500만 원이다. 해양수산전문가들은 어류 대량 폐사는 가시적인 피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바다 사막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갯녹음이 진행된 수중 암반에 무절석회질조류가 부착하면서 바닷말들이 사라져 버렸다.박수현 기자
■갯녹음으로 수산자원 감소

바다 사막화는 바닷속 암반이 무절석회질조류로 덮이는 갯녹음(백화) 현상을 말한다. 이럴 경우 바닷말은 암반에 부착할 수 없고 바닷말에 의지하는 물고기는 살 수 없다. 바닷말은 산소를 생산하고 주위에 어류가 접근해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어획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바다 사막화가 계속 진행되면 50년 후에는 고등어 등 남해 어류들이 북한 해역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왕범바리’.
우리나라에서는 갯녹음이 1970년대 말 처음 발견됐고 1990년대 이후 급속히 확산하는 추세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 연안 갯녹음 발생 면적은 2만5776㏊로 부산 면적의 3분의 1에 달하며, 특히 동해안에서는 전체 암반의 51.2%에서 갯녹음이 진행될 정도로 심각하다.

갯녹음 현상이 심화되면서 정부는 바닷말을 이식해 어류 서식 환경으로 복원하는 바다숲 조성 사업에 2009년부터 연간 350억 원가량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갯녹음 면적이 매년 전년보다 5%씩 늘어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FIRA) 김태식 박사는 “바닷말은 육상식물과 반대로 추울 때 잘 자라고 적정 수온은 20도 이하인데 수온이 오르면 서식 면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고수온 현상이 지속된다면 갯녹음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수온 대응 정부 정책 수립해야

   
이처럼 어류 폐사, 갯녹음 현상 등 고수온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수온 상승으로 바닷말의 품질이 떨어지고 작황도 부진한 만큼 고수온에 강한 품종 개발과 육상 인공채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양식장에서도 기후변화에 맞춰 고수온에 강한 다금바리, 복어, 능성어 같은 난류성 고급 어종으로 품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순천향대학교의 기술지주회사 ㈜아쿠아바이오텍은 고수온에 강한 ‘대왕범바리’를 최근 생산 출하했다. 회사 측은 아열대 바리과 어류인 갈색점바리와 대왕바리 어미 고기를 국내에 이식해 생산했다. 이 어종은 내병성도 뛰어나 성장이 빠르고 30도 이상의 수온에도 문제가 없어 연안 가두리 양식장과 서해안 바다낚시터 등지로부터 구매 문의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오현주 연구관은 “기후변화로 국내 해역에 출몰하는 아열대 어종을 잡는 어구나 어법의 변화도 필요하다”며 “이에 따른 요리법, 가공기술, 지역 특산수산물 관련 산업까지 도미노처럼 바뀔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육상 양식장에 대해서는 고수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저수층에서 찬물을 끌어올 수 있는 파이프를 연장하거나 양식장 물을 정화해 반복 사용할 수 있는 순환 여과 양식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비용이 많이 들어 어민들이 선뜻 설치하기 힘들다. 부산 양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기장 어민들이 파이프 연장 시설을 부산시에 요청했지만 라인 하나당 1억 원 이상 비용이 들어 시가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육지 가까이에 밀집해 고수온의 피해를 직격으로 입는 가두리 양식장 대신 먼바다 깊은 수심의 외해성 양식어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양식업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해성 양식어장의 시설 투자에 최소 수십억 원이 드는 만큼 대기업 유치 및 정부의 정책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품종 개발, 외해성 양식어장 확대 등과 같은 대책도 중요하지만 해양수산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세워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남대 신승식(물류교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취약성 평가가 과거 농림수산식품부 시절 법으로 명시됐었지만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로 쪼개지며 농업 부문만 입법되고 수산 분야는 빠졌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새 어종의 출현이나 멸종에 대한 조사, 해양생태계 변화에 대한 예방조치를 규정할 대책도 필요하다”며 “법이 있어야 조직과 예산도 따라올 수 있기 때문에 관련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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