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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는 복수점포 부추기고, 공정위는 근접출점 눈감아

편의점 왜 이렇게 늘었나

  • 국제신문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18-07-25 19: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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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살 깎기 경쟁…최저임금 겹쳐

- 우후죽순 출점에 수익 줄자
- 추가점포 유도 가맹비만 더
- 알바 내년 최저시급 적용땐
- 월 영업이익 반 토막 불가피

# 2개 이상 운영 점주 40~45%

- ‘250m 이내 신규출점 금지’
- 2014년 ‘모범거래기준’ 폐지
- 운영권 이전·폐점 등 구조조정
- “올해 폐점률 7%로 오를 것”

1997년 외환위기로 잘나가던 대기업에서 정리해고당했던 A(62·부산 북구) 씨는 이듬해 편의점을 차렸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1억 원 정도 투자하면 점포를 열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편의점은 그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았다. A 씨는 “당시에는 은퇴한 걸 ‘천운’이라고 생각했다. 한 달 동안 손에 쥐는 돈이 450만 원은 거뜬히 넘어 대기업 과장으로 일할 때보다 벌이도 좋았고 눈치 주는 상사도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편의점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근처에 작은 호프집도 운영하고, 딸 2명과 아들 1명을 서울로 공부시킬 수도 있었다.
   
25일 한 편의점에서 업주가 조명을 끄고 영업하고 있다. 편의점이 급증한 데다 인건비까지 늘면서 10년 새 편의점 점포 당 실질 수익이 절반으로 줄었다. 연합뉴스
20년이 지난 요즘은 꿈같은 일이다. 근처에 우후죽순으로 경쟁사의 편의점이 생기면서 매출이 뚝뚝 떨어져, A 씨가 한 달에 쥐는 돈은 300만 원 안팎.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소득이 절반으로 준 셈이라 가끔 울컥할 때도 있다. A 씨는 “올해까지는 어떻게든 버텨 보겠지만 내년에는 더 힘들 것 같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영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황금알을 낳던 편의점 애물단지로

부산지역 편의점이 10년도 안 돼 2배로 늘어난 이유는 출점 거리 제한이 폐지된 데다 가맹점 본사에서 점주에게 추가로 점포를 운영하도록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렇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 최저임금이 큰 폭 오르면서 이런 ‘복수’ 운영 점포는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을 내는 ‘좀비 점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도소매업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계산한 당시 부산지역 편의점 평균 하루 매출액은 177만 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담배 매출 비중을 40%, 본사 배분율을 30%라고 가정하면 아르바이트 직원으로만 운영하는 24시간 점포의 월간 영업이익은 230만 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최저시급 7530원을 적용하면 편의점 한 곳 당 아르바이트생 임금 합계는 472만 원에서 550만 원, 주휴수당이 87만 원에서 101만 원, 4대 보험료가 40만 원에서 47만 원으로 오른다. 이를 합하면 인건비는 599만 원에서 698만 원으로 늘어난다. 점포당 월간 영업이익은 98만 원이 감소한 135만 원. 내년 최저시급 8350원을 적용하면 월간 영업이익이 100만 원 아래로 떨어진다. 복수로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가 점포를 추가로 내기 위해 들인 금융 비용을 계산하면 손해나는 장사인 셈이다.

■수익 줄자 복수점포 운영 유도

편의점이 급증하면서 점포당 수익이 줄자, 편의점 본사는 출점을 줄이기보다는 점주에게 복수로 점포를 운영해 수익을 유지할 것을 유도했다. 일본 편의점 본사가 가족 2명이 1개 점포에 전념하도록 한 조치와 큰 차이가 있다. 편의점 본사에서 가맹점을 관리했던 한 관계자는 “편의점 점포당 수익은 매년 떨어졌다. 점주들은 본사에 이런 불만을 토로했고, 본사는 거리 제한이 느슨해지자 해결책으로 복수 점포를 운영할 것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편의점을 늘려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동일 가맹점주가 2개 이상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복수점포 비중은 현재 40~4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2014년 동일 브랜드에 한해 250m 이내 신규 출점을 금지하는 ‘모범거래기준’을 폐지하면서 복수 점포 개설을 더 부채질했다.

■복수운영 점주 최저임금 직격탄

최저임금이 오르기 전만 해도 점주는 매달 200만~300만 원에 달하는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을 늘릴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그동안 복수로 점포를 운영했던 점주들은 영업권을 다른 이들에게 넘기는 방법으로 손해를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나서는 이들이 없으면 폐점을 할 수밖에 없어 문을 닫는 편의점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NK투자증권 이승은 연구원은 “지난해 5.4%였던 편의점 폐점률이 올해는 7%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폐점이 더 속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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