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상조업체 대표이사는 해약환급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회계감사보고서 지적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채권보전조치 없이 본인에게 회사 자금 약 15억 원을 대여했다. 여기에다 현 주주이자 전 대표이사에게는 회사 자금 18억 원을 아무런 채권보전조치 없이 대여한 후 전액을 대손충당금(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돈을 비용으로 설정하는 회계처리)으로 설정했다.

B 상조업체 대표이사는 시중 전산개발업체에서 월 수백만 원에 판매하고 있는 회원관리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본인이 대표직을 겸임하고 있는 전산개발업체에 48억 원을 지불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상조업체 대표이사의 행위에 대해 업무상 배임·횡령 의혹을 제기,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소비자의 계약해제 신청 자체를 원천적으로 방해하는 등 해약환급금 지급 의무를 위반한 상조업체를 적발했다. 공정위는 이들 상조업체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대표이사의 업무상 배임 및 횡령이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공정위의 이번 수사 의뢰는 과거에도 일부 상조업체 대표들이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임의로 빼돌려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한 상조업체 대표가 병원비를 할인해준다는 명목으로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선수금으로 사들인 168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본인이 설립한 의료법인에 무상으로 증여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016년에는 상조업체 대표이사 본인이 설립한 주식회사에 아무런 채권보전조치 없이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선수금 15억 원을 대여해 징역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수사 의뢰한 각 대표이사의 이득 이 5억 원을 초과함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홍정석 할부거래과장은 “강화된 자본금 요건 충족을 위해 일부 업체에서 선수금을 부정하게 사용할 소지가 높은 만큼 상조업 종사자에게는 경각심을 심어 주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