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여름철 전력사용량이 최대치를 기록하며 정부 예측치마저 뛰어넘고 있다. 올 초에 기록한 역대 최대 전력사용량마저 갈아치울 기세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간 전력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22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일 최대 전력수요는 8808만 kW(킬로와트)를 기록했다. 19일(8759만kW)에 이어 다시 역대 여름철 최고치(2016년 8518만 kW)를 넘어선 것이다. 공급예비율(공급된 전력 중 사용하고 남은 전력의 비율)도 10.7%를 기록해 올 들어 최저를 나타냈다.

전력 수요는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 16일 8630만 kW를 기록하며 역대 여름 최고치를 처음 넘어섰다. 이날 역시 공급 예비율은 11%까지 내려갔다. 18일 8671만 kW까지 치솟더니 이튿날 또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일 신기록 행진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예측한 올 여름 일일 최대 전력수요인 8750만 kW를 초과한 수치다. 예측이 빗나가자 정부는 지난 5일 최대 전력수요 예측을 8830만 kW로 수정했다.

역대 최대전력수요는 이상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2월6일 기록한 8823만8000kW다. 이미 산업상자원부의 예측치에 다가서고 있는 가운데 전력피크 기간(8월 2~3주차)을 전후로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또다시 예측 실패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산업부는 현재 전력 예비율이 12%대로 안정적이고 정비가 끝난 원전, 석탄발전 등이 가동되기 때문에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삼척그린 2호기, 북평화력 1호기가 계획대로 정비가 끝나 가동을 시작했고 20일엔 한울 원전 4호기가 계획예방기간을 거쳐 재가동 승인이 났기 때문에 안정적 예비율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한빛 3호기, 한울 2호기 등 2개 호기를 전력피크 기간 이전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또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의 계획예방정비 착수 시기를 전력피크 기간 이후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전력피크 기간 500만kW의 추가 전력 공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고리 1호기·고리 3호기가 정비 완료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해 출력 저하 및 가동 중단에 들어간 바 있고 지난 12일엔 한울 2호기가 갑자기 정지된 바 있어 2008년 블랙아웃 사태가 또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정비 중인 원전을 전력피크 전에 추가 가동시켜 전력대란에 대비한다지만 100% 가동률을 보이기 까진 시간이 걸린다”며 “당장 폭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큰 공장을 한꺼번에 가동하거나 발전소 하나가 문제 생기면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