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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제 미래 이끈다 <24> 태웅 허욱 통합운영본부장

회사와 성장한 ‘멀티맨’… “일자리 창출해 사회 기여할 것”

  •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  |   입력 : 2018-07-02 19:03:02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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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용도 상의 회장 이어 2세 경영
- 어릴 때부터 꾸준히 실무 쌓아
- 2003년 입사 후 모든 부서 경험

- 부친 철두철미한 경영 토대
- 자신만의 따뜻한 리더십 발휘
- 글로벌 철강회사로 도약 준비
- “사회적 약자 돕는 기업될 것”

“부산 경제를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회사는 큰 걱정 안합니다.”

부산상공회의소 허용도(70) 회장은 지난해 부산상의 회장 선거 당시 이렇게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단조회사인 태웅을 이끌고 있는 허 회장이 ‘부산상의 회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겠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엔 그의 큰아들 허욱(40) 통합운영본부장이 있다. 허 본부장은 동아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장직 사원으로 출발해 지금은 국내외 영업, 구매, 인사 등 전반적인 회사관리를 맡아 태웅과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화전산업단지에 있는 태웅 제강공장에서 허 본부장을 만났다.
   
세계 최대 규모 단조회사인 태웅 허욱 통합운영본부장이 지난달 29일 화전산업단지 내 제강공장 사무동 로비에서 대형 전광판을 가리키며 향후 사업계획을 밝히고 있다. 김종진 기자
■40세 허욱, 37세 태웅

허 본부장은 1978년생이다. 허 회장은 허 본부장이 태어나고 3년 뒤인 1981년 부산 사상구 삼락동에서 단조제품 업체인 태웅단조공업사를 설립했다. 경남 산청 출신으로 초등학교 교사를 하던 허 회장은 당시 수중에 있던 1000만 원과 700만 원이던 전셋집을 400만 원짜리로 옮겨 만든 130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허 회장은 이 돈으로 1000만 원을 들여 중고기계 한 대를 샀고, 남의 공장에 더부살이를 하며 고철을 재가공했다.

이렇게 시작한 태웅은 1991년 국내 최초로 일본에서 링 단조기계를 들여온 것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 당시 총자산 3억 원이던 태웅은 허 회장이 금융권으로부터 10억여 원을 빌려 16억 원짜리 기계를 도입, 품질은 비슷하지만 수입품보다 싼 국산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성장가도를 달렸다. 기업인으로서 정직과 신뢰를 목숨처럼 여겼던 허 회장의 경영철학이 금융권의 지원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허 본부장은 “유년시절에는 공장이 놀이터였고, 중·고교 때는 방학 기간 공장에 나가 설비를 뜯고 조립하고 실무 경험을 쌓았다”며 “대학도 자연스레 태웅과 관련된 학과를 가게 될 정도로 태어나면서부터 태웅과 나는 같이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붉은’ 쇠에 녹은 안전모

허 본부장은 2003년 태웅에 입사해 곧장 현장으로 향했다. 그는 청소, 그라인드, 산소 절단 등 소위 잡일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부서든 빈자리가 생기면 ‘땜방용’ 직원으로 활용됐다. 그 덕분에 허 본부장은 입사 10년 만에 거의 모든 부서를 거쳤다. 그는 “뜨거운 쇠를 만지는 공장일이 힘들었다”며 “하지만 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현장에 접목하면서 일에 재미가 붙었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당시 허 본부장의 주요 업무는 해외에서 기계 등 설비를 들여오는 것. 영어로 된 매뉴얼을 해석하고, 익혀 현장 직원에게 설명하는 것도 허 본부장의 일이었다. 그는 “나도 영어를 잘 하지 못해 사전을 찾아가며 매뉴얼을 읽고, 사용법을 배워야 했다”며 “기계가 고장이 나서 새벽 2시에 전화가 오고 그땐 정말 밤낮 없이 직원과 함께 해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허 본부장은 지금도 어느 부서보다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뜨거운 쇳물이 뿜어내는 열기에 녹은 조재원 반장의 안전모를 사무실 진열장에 올려놓은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2016년 11월 화전공장 첫 제강 조업 때 조 반장께서 썼던 안전모인데 열기 때문에 앞부분이 녹아서 굽어졌다”며 “현장 직원의 고생을 잊지 말자는 생각에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유내강의 리더십

   
직원들이 공장에서 대형 단조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 국제신문DB
허 본부장은 작은 것 하나도 소홀하지 않는 철두철미한 부친의 경영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품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자수성가한 분”이라며 “교사 출신으로 지금까지 태웅을 경영하면서 지켜온 바른길, 정직, 신뢰의 정신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 본부장의 경영스타일은 부친과 다른 점이 있다. 사무실에 있는 미니 팝콘기와 미니 슬러쉬기에서 직접 만든 간식을 먹으며 직원과 격의없는 회의를 하고, 복도에서 마주친 직원과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눈다. 부친이 만들어 온 길 위에서 전세계 670여 거래처와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원의 힘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행복을 추구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생활이 즐겁지 않으면 행복할 수가 없다”며 “태웅 직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을 수 있도록 행복한 일터, 안전한 일터를 만들면 좋은 실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웅의 성장, 부산 일자리로

태웅은 세계 최대 단조기업으로 전 세계 풍력 부품 시장의 30%를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태웅은 2009년 국내 단조업체로는 최초로 ‘3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고 세계 일류상품 2종을 보유하는 등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태웅은 부산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제강공장 인력을 채용하며 직원 300여 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뽑았다. 또 출산·질병 등 일시적으로 결원이 생기는 자리를 제외하고는 경비직에서 청소 담당까지 태상 등 관계사를 포함해 태웅 직원 700여 명 모두가 정규직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태웅은 부산고용대상을 수상했다. 태웅은 오는 10월 관계사인 태상이 미음지구에 건설 중인 단조공장이 완공되면 150여 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허 본부장은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공헌은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미혼모 등 우리 사회의 약자를 돕는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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