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유통업계 고객이탈 우려
- “사상지역 유통질서 치명타” 반발

홈플러스가 기존 매장을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바꾸면서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점·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거래처를 마트로 바꾸면서 시장 상인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기 때문이다.

22일 부산 사상구 홈플러스 서부산점 입구에 창고형 할인점을 추가로 들인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으로 재개점한다는 내용이 적힌 깃발이 내걸려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홈플러스는 오는 28일 부산 사상구 홈플러스 서부산점을 기존 일반 대형마트에 창고형 할인점을 추가로 들인 ‘홈플러스스페셜’로 리모델링해 재개점한다고 22일 밝혔다.

홈플러스스페셜은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내세우고 있는 혁신의 일환이다. 꼭 필요한 만큼 조금씩 구매하는 1·2인가구 와 편의점과 슈퍼마켓,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을 오가는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른바 ‘멀티채널 할인점’을 표방한다.

문제는 이 같은 매장 형태가 소포장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한 상자 단위의 대용량 상품을 함께 판매하면서, 기존에 주점이나 음식점 업주에게 납품해왔던 시장 상인이나 중소 식자재 유통업자의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점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우리가 노리는 시장은 여전히 1, 2인 혹은 가족 단위 고객이다. 이들이 대용량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스페셜 매장으로 바꿨다”며 “또 창고형 매대는 일반 매대와 비교해 업무 효율성이 높다. 일반 매대가 10번 채워야 했다면, 1번만 채우면 된다. 직원들 복지 혹은 업무 효율화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홈플러스는 지난 3월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자영업자’가 주요 고객층 중 하나라고 공개적으로 알린 바 있다.

홈플러스는 또 연내에 홈플러스스페셜 매장을 15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부산에는 홈플러스 매장이 서부산점을 포함해 9곳이 있어 일반 대형마트와 창고형 매장을 함께 들인 복합형 매장은 계속해서 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담당 지자체인 사상구에 따르면 매장 면적 늘릴 때에는 인·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창고형 매장 형태로 바꿀 때는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법적인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일반 고객을 뺏긴 데 이어, 대량으로 거래를 했던 거래처인 주점·음식점 마저 거래를 끊으려 하자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다. 사상구 덕포시장에서 채소와 과일 등을 판매하는 윤홍식(51) 씨는 “1, 2개월 사이에 거래를 끊으려는 식당이나 주점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기존 손님들이 끊기면서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사업을 접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은 “창고형 할인 매장은 자영업자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해 중소 식자재유통업체 등 지역 유통 질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