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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시대 카운트다운 <하> 노동자 기대·우려 교차

“굿바이 야근” “월급 줄어 어쩌나”…근로현장 엇갈린 반응

  •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  |   입력 : 2018-06-21 19:50:11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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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중공업·르노삼성자동차 등
- 부산 60곳·3만7456명에 적용
- 몇몇 시범운영장 ‘만족’ 분위기

- 노동계, 5인 이하 영세사업장도
- 주52시간 근로기준법 적용 요구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다음 달부터 노동자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되면서 노동자 사이에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여가가 늘어나 출퇴근을 비롯한 삶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각종 수당 삭감 등으로 인해 사실상 임금 삭감 효과가 날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도 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가 주최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촉구 기자회견이 21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리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21일 주당 52시간 근무와 관련한 정부 지침과 통계청의 ‘산업별 종사자 규모 현황’(2016)을 근거로 보수적으로 추산하면 부산에서 다음 달부터 주당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하는 곳은 60곳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등 상시 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사업장 가운데 육·수상 및 항공 운송업 보건업 금융업 교육·사회복지서비스업 등 특례 및 유예 26개 업종을 제외한 결과다.

건설업 29곳(1만6075명), 제조업 27곳(2만317명), 예술 스포츠 여가 관련 서비스업 4곳(1064명) 등으로 3만7456명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 르노삼성자동차 부산항만공사 등이 이에 해당된다. 금융 서비스업인 BNK 금융그룹 부산은행, 교육 서비스업인 부경대 등은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를 시작한다.

이들 업체 중에는 다음 달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이미 주 52시간 근로 시범 운영에 들어간 곳도 있다.

   
해운대구에 있는 300인 이상 제조업체 연구부서에 근무하는 윤모(33) 씨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윤 씨의 회사는 지난 5월부터 주 52시간 근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윤 씨는 “4월까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했지만 시범 운영에 따라 1시간 앞당긴 오후 5시에 퇴근한다”고 말했다. 한 주에 5일 동안 하루 9시간씩 일해 주당 45시간 근무하던 데서 주당 근무 시간의 기준을 40시간으로 낮춘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직장을 오가는 윤 씨는 “1시간만 일찍 퇴근해도 교통이 훨씬 쾌적해 퇴근 시간이 15분가량 단축됐다”며 “또 과거엔 오후 6시 ‘칼퇴근’이 눈치 보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후 5시 퇴근은 상사부터 잘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져 저녁 여유시간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사이클 동호회 가입 등 여가 선용을 준비하고 있다.

급여는 어떨까. 이 회사는 평일 근무 시간이 1시간 줄었음에도 급여를 유지했다. 대신 야근(하루 1만5000원 교통비)이나 주말 근무(기본급의 150%) 수당은 모두 없앴다. 윤 씨는 “여가가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만족스럽다”며 “다만 업무 특성상 그간 주 52시간 넘게 일할 수밖에 없던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다. 이런 직원들은 한 주에 40시간을 넘겨 52시간까지 일하더라도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없다 ”고 말했다.

국내 유수의 대형 자동차 회사 디자인팀에서 일하는 장모(36) 씨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이 회사는 이달부터 시범적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시작했는데, 장 씨가 속한 부서에선 벌써 잡음이 나온다. 그는 “디자인은 손을 보면 볼수록 좋아질 수밖에 없다. 분야를 막론하고 디자인 부서는 야근에 시달리는 ‘막노동’ 부서”라고 털어놨다.

장 씨는 “업무 시간은 줄었는데 업무 경감이나 충원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경험으로 보면 디자인 부서는 신차 프로젝트 등 사유로 1년에 4, 5개월은 주 52시간 지키기가 어려울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벌이 감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내년 7월로 시행이 유예된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송모(30) 씨는 “지금은 매달 30시간 야근이 가능해 상당수 직원이 이를 채워 근무한다”며 “하지만 먼저 시행된 업계 분위기를 보면 야근 등 수당은 아예 사라질 것으로 보여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기업이나 노동자 근무 시간을 법으로 못 박는 게 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주 52시간 근무 등 노동자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한다. 김은경 미조직비정규부장은 “지역 업체 28만3554곳 중 약 80%가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한다”며 “주 52시간 근무는커녕 수당이나 연월차 혜택도 받지 못하는 노동 현장 문제 해결을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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