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적 ‘라면땅’ 제안 계기
- 발명에 대한 관심과 열정 키워

- 경찰시절 아이디어 채택 안돼
- 창업해 도로안전 설치물 개발

- 회사 특허 출원·등록 60여 건
- 비올 때 대비 차선표지병 연구

과속방지턱은 도로에서 차량의 주행 속도를 강제로 낮추기 위해 설치하는 턱이다. 보통 보행자 보호를 주목적으로 한다. 부산에서 과속방지턱을 고무로 처음 만든 기업이 있다. 부산 강서구의 거도산업 이야기다. 1994년 설립된 거도산업은 부산 강서구 신호동에 본사를 두고 경남 김해 안동에 공장을 가지고 있다.

	거도산업 부설연구소 김도윤 소장이 지난 14일 경남 김해 안동 공장에서 롤링 베리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소장은 김창욱 대표의 아들이다. 거도산업은 과속방지턱, 롤링 베리어, 신호등, 표지판, 가드레일 등 도로와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거도산업을 이끄는 김창욱(67)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1978년 경찰 순경으로 임용돼 1994년 경사로 퇴직할 때까지 부산지방경찰청과 북부경찰서에서 교통 업무를 주로 봤다. 경찰로 근무하며 주로 도로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던 그가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창업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당시 승진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직무제안으로 고무 과속방지턱, 차선규제 블록 2건을 올렸다. 하지만 채택이 되지 않자 주변 동료들이 창업에 나설 것을 권유했다”고 회상했다.

■직무 아이디어가 발명품으로

	거도산업 김창욱 대표. 전민철 기자

김 대표는 경찰 재직 당시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을 찾았다가 그곳의 내리막길에서 차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고무 과속방지턱을 개발했다. 차들이 도로 위에 놓인 지푸라기 때문에 감속 운행한 것이다. 지푸라기를 대신할 소재로 고무를 찾았다. 지금은 고무 대신 플라스틱으로 제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차들이 앞에 놓인 작은 지푸라기를 보고 감속했다. 고무 과속방지턱이 대단한 발명품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최초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경남 김해 안동의 거도산업 공장. 공장 내부에서는 롤링 베리어가 제조되고 있었다. 롤링 베리어는 주로 도로의 곡선 부분에 방어벽으로 설치돼 대형 교통사고 등을 예방한다. 보통 가드레일과 달리 가운데 돌아가는 플라스틱 소재의 완충재가 달려있다. 이것도 김 대표의 발명품이다. 김 대표는 주판알에서 롤링 베리어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폐타이어나 고무로 만들다가 이제는 완충 작용이 뛰어난 플라스틱 소재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현재 부산에서도 남항대교 등 곳곳에 설치돼 있다.

김 대표는 “보통 발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롤링 베리어도 기존에 있던 제품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려 만들어냈다”며 ‘발명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훌륭한 발명품을 만들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거도산업은 과속방지턱과 롤링 베리어 외에도 신호등, 표지판, 가드레일, 차선도색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직원 수는 22명으로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액은 100억 원을 기록했다.

■안전한 도로를 만들자

김 대표가 발명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김 대표는 처음 나온 라면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라면을 끓여 먹기 전 생라면을 씹어먹어도 맛이 좋았다. 그는 이 라면으로 과자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 당시 한 라면 제조사에 손편지를 썼다. 한 달 뒤 라면땅이란 제품이 그의 집으로 한 상자 배달됐다. 김 대표는 “어릴 적부터 발명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에도 진짜 라면땅이 나올 줄 몰랐다”고 회상했다.

발명에 대한 열정으로 거도산업이 현재 내놓은 특허 등록 및 출원은 60여 건에 이른다. 김 대표는 2003년부터 4년 동안 한국발명진흥회 부산지회장을 맡기도 했다. 당시 부산지회를 이끌며 시민이 참여하는 발명행사를 추진하고 부산시민의 발명 의식을 확산하는 데 앞장섰다. 2007년부터는 김 대표의 아들인 거도산업 부설연구소 김도윤(39) 소장과 함께 회사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김 소장과 함께 앞으로 밤에도 잘 보이는 차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재귀반사 기술을 적용해 밤에도 잘 보일 수 있게 차선을 만들고 있지만 비 오는 날에는 차선 자체가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들은 부실시공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비 오는 날은 차선 위에서 수막현상이 일어나 불빛이 난반사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차선 위에 표지병을 대안으로 생각 중이다. 김 대표는 1990년대 고무로 된 표지병을 개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는 아직 차선 위까지 표지병을 설치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대부분 설치하는 추세다. 표지병을 잘 개발해 비 오는 날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