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로 하반기 남북 경제협력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정부부처들의 물밑 준비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경제부처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은 남북 경협 아이템을 검토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장은 대북제재가 유효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한계가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 과정과 국제사회 제재 해제 움직임을 지켜보며 선제적으로 준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개성공단 재가동이 남북경협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소관이다.

박근혜 정부 남북경색 속에서 2016년 2월 갑작스런 철수 조치가 있기 전까지 개성공단은 가장 성공적인 경협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가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6%가 “공단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답하는 등 기업들의 의욕도 크다. 북미정상회담 후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공단 시설을 조속히 점검해 연내 재개한다는 목표로 조기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판문점 선언에서 재추진을 약속한 10·4 선언 추진과제중 해주 경제특구 조성과 단천(함경남도) 자원개발,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도 유력하게 검토중이다.

국토교통부는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 등 사회간접자본(SOC) 재정비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철도의 경우 경의선(서울~신의주)·동해북부선 연결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경의선은 서울~개성 구간이 2004년 연결공사를 완료했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오랫동안 방치해 시설개량이 필요하다. 동해북부선은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을 관통해 러시아와 유럽까지 연결되는 노선이다. 남측에서는 단절돼 있는 강릉~제진(104㎞) 공사 재개를 검토 중이다.

도로의 경우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다 실패한 개성~문산 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남북이 공동이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 평양~개성 고속도로 개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평양~인천 항공로 개설 등도 검토 대상이다.

해수부는 2007년 10·4 선언 때 추진됐던 서해안에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북방한계선(NLL)을 중심으로 남북이 평화수역을 조성하고, 남북 어민이 공동으로 조업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드는 것이다. 서해상에 ‘파시’(波市)를 여는 방안도 거론된다. 파시는 바다에 대형 바지선을 띄워 북측 수산물과 남측 공산품을 거래하는 ‘바다 위 시장’이다.

북한 조림사업 등 대북제재가 풀리기 전에 가능한 사업도 있다. 정부는 지난달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산하에 산림협력연구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북한 조림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외청인 산림청은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 북한에 지원할 종자 생산을 위한 양묘장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비무장지대(DMZ) 생태공원 조성, 금강산 관광 재개 등도 구체적인 경협 사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