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금융기관들 기반조성 강화 추세
- 부산銀, 지방 금융권 최초 ‘핀턴’ 채용
-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 전담조직 키워

- 부산엔 블루바이저·타이탄인베스트뿐
- 작년 말 기준 국내 약 300개 기업 존재
- 관련 기업·인프라 수도권 쏠림 심각

- 부산대 내 문 연 ‘핀테크프라자’ 성과
- 블록체인 분야 스타트업 3곳 생기기도
- 문현 기술창업타운 이전 집적화 협의

18일 방문한 부산 남구 문현동 BNK부산은행 본점 10층 디지털금융본부 내 회의실은 벽면이 투명한 유리로 돼 있다. 회의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여서 마치 스타트업 사무실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커다란 종이판에는 부산은행의 모바일은행인 ‘썸뱅크’와 관련한 각종 메모가 빼곡했다.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은행 본점 10층 디지털금융본부 내 회의실에서 디지털금융부 직원들이 부산은행의 계좌기반 간편 결제 서비스인 ‘썸패스’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은행 한정욱 디지털금융본부장(부행장보)은 “개방적인 공간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도록 회의실 구조를 바꿨다”며 “팀별로 수시로 모여 자유롭게 소규모 회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은행에 디지털 DNA를 심기 위해 조직 분위기부터 바꾸는 것이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핀테크 인턴’을 뽑은 데 이어 올해 초 2기를 선발했다. 한 본부장은 “핀테크 인턴들은 국내외 디지털금융 시장 사례를 분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실제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본사 금융기관 핀테크 조직 키워

부산은행의 디지털 총괄조직인 디지털금융본부는 핀테크 열풍이 거세지면서 조직 내 역할도 커지고 있다. 2001년 12명으로 구성된 전자금융팀으로 출발했다. 현재 디지털금융본부는 디지털금융부, 스마트영업부, 고객상담부 등 3개 부서로 구성돼 있다.

부산은행뿐 아니라 부산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 역시 핀테크 조직을 키우는 추세다. 급변하는 디지털금융 환경에 맞춰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조직개편을 통해 블록체인과 핀테크 등 새로운 혁신기술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술혁신팀을 신설했다. 기술혁신팀은 블록체인이나 핀테크와 같은 혁신 관련 기술을 내부 업무에 적용하는 데 타당성 및 도입 가능성 등을 검토하는 전담부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블록체인 및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혁신기술에 대응하고자 지난해 4월 혁신기술위원회를 출범했다.

■핀테크 기업 수도권 쏠림 현상 우려

지난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간한 ‘2017 대한민국 핀테크 기업편람’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약 300개의 핀테크 기업이 존재한다. 여기에 소개된 핀테크 기업 중 부산에 본사를 둔 기업은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을 개발·공급하는 블루바이저와 부동산전문 P2P 전문업체인 타이탄인베스트 등 2곳에 불과하다. 부산의 핀테크 산업이 아직 걸음마 수준인 상황에서 핀테크 관련 기업과 인프라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산시는 2016년 ‘핀테크산업육성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의 핀테크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비영리법인 ㈔글로벌핀테크산업진흥센터의 운영이다. 시와 글로벌핀테크산업진흥센터는 핀테크 스타트업 및 예비창업자 공간인 ‘핀테크 프라자’를 지난해 3월 부산대 과학기술연구동 2층에 개소했다.

핀테크 프라자는 개소 1년 만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핀테크 프라자의 입주 기업은 지난해 3곳에서 올해 4곳으로 늘었다. 글로벌핀테크산업진흥센터가 발굴 및 육성 중인 핀테크 스타트업은 이달 기준으로 16곳이다. 지역 핀테크 스타트업은 2015년 이후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부산지역 핀테크 스타트업은 대부분 5인 이하 소규모이다. 자본금도 5억 원 이하 수준이다. 분야별로 보면 모바일 지급결제, 자산관리, 블록체인이 3곳씩이다. 송금은 2곳, P2P(개인 간 거래)와 보험청구는 각각 1곳이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암호화폐 열풍이 불면서 핵심기술인 블록체인과 관련한 스타트업이 3곳이나 생겼다는 것.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블록체인 분야의 지역 스타트업은 없었다. 핀테크 분야에서 블록체인은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지역 스타트업의 현재 매출액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역 스타트업 16곳의 총직원 수는 53명인데 지난해 17명을 신규 채용했다. 올해는 전년보다 88% 늘어난 32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지역 핀테크 생계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부터 개선돼야 한다. 핀테크프라자에 입주한 이음크리에이티브 박장형 과장은 “지난해 외환거래법이 개정돼 소액 해외송금업체들이 합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지만, 최소 자본금이 20억 원이어서 핀테크 스타트업들 입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며 “한국은 외국보다 규제가 매우 엄격해 사업화 진행을 위한 금융권과의 협업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의 규제 완화로 핀테크 시장의 진입 문턱을 낮춘다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도 핀테크 기업이 많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핀테크프라자는 부산대 내 위치하고 있어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부산시 이경덕 서비스금융과장은 “문현 기술창업타운으로 핀테크 프라자를 이전해 관련 기관과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며 “핀테크 성공의 핵심은 보안이기 때문에 금융보안원 남부분원은 물론 수도권에 있는 핀테크 기업도 부산으로 유치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