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질 나빴던 최근 3개월간
- 건조기 스타일러 등 수요 급증
- 이마트, 작년 대비 32% 증가
- 롯데백도 30% 이상 매출 상승
- 편의점선 마스크 판매 늘어

유통업계가 성장률이 정체된 고심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전 매출이 급상승해 돌파구를 찾은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지만 이는 ‘미세먼지 효과’로 분석된다. 미세먼지 탓에 외출을 자제하면서 에어컨, TV, 세탁기 같은 전통적인 대형가전부터 건조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같이 새롭게 주목받는 가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가전 매출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11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을 찾은 고객이 유아용 마스크(사진 위쪽)와 공기청정기를 고르는 모습.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유통업계는 표정관리 중

11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 11일까지 가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2.2% 고성장하며, 전체 매출 신장률인 5%보다 6배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마트 전체 매출에서 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1일∼3월 11일 8.1%에서 올해 같은 기간 10.2%로 늘어나 신선식품, 가공식품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건조기·스타일러는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85.3% 급증했고, 공기청정기 매출도 385% 늘었다. 공기청정기의 경우 갈수록 더 넓은 평수에 적용이 가능한 고가의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고객 1인당 구매단가가 작년보다 20만 원가량 증가하는 등 앞으로도 매출 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청정기는 가구당 1개가 아닌, 방마다 1개씩 놓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며 “청정기 필터 등은 소모품이라 교체 주기가 다가오는 1년 후에는 관련 상품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화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지난달 11일까지 롯데백화점 전체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5.4%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가전 매출은 32.8% 고성장하면서 전체적인 성장률을 이끌었다. 건조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 생활환경 변화와 관련한 가전제품의 매출이 300% 이상 급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최근 달라진 기후 영향으로 꼽고 있다.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을 뒤덮다 보니 소비자들이 공기청정기 구매에 나섰고, 빨래를 실외에 내걸기 어렵게 되면서 건조기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옷을 빨지 않고 간단하게 정돈해주는 스타일러의 매출이 오르는 현상 역시 외출 때 미세먼지로 더럽혀진 겉옷을 매일같이 빨기 어렵다는 점이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편의점, KF 인증 마스크가 효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미세먼지 관련 가전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면, 편의점 등에는 미세먼지 마스크가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최근 편의점에서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좋은 필터 마스크 매출이 면 마스크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편의점 CU(씨유)는 KF 인증을 받은 마스크의 매출 비중이 올해 1분기 52%를 차지하며 전체 마스크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고 11일 밝혔다. 필터 마스크 비중은 2016년 23%에서 지난해 34%로 늘었다가 올해 급증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마스크 상품 종류도 바뀌고 있다. CU는 추위나 전염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순면 마스크 비중을 50%에서 30%로 축소하고, 미세먼지 필터 기능을 갖춘 기능성 마스크 비중을 70%까지 늘릴 방침이다.

CU 관계자는 “공기 오염 관련 이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미세먼지에 특화된 마스크뿐 아니라 손 세정제, 물티슈 같은 위생용품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KF 80 이상 보건용 마스크는 미세먼지 차단에 효과적이지만 천으로 만든 마스크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KF’란 ‘코리아 필터’(Korea Filter)의 약자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건용 마스크의 성능을 인증하는 마크다. 뒤에 붙은 숫자는 마스크의 입자 차단 성능 인증 기준이자 등급이다. ‘KF80’은 80% 이상, ‘KF94’는 94% 이상, ‘KF99’는 99% 이상 미세먼지 입자를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