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매도 금지 촉구 10만 명 청원
- 금감원 등 재발방지 논의 착수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사태로 국내 자본시장의 질서가 뿌리째 흔들렸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증권 시스템의 치명적 결함이 고스란히 노출된 만큼 삼성증권 직원의 ‘단순 실수’로 넘길 수 없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파문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들의 배당·자사주 발행 시스템을 모두 점검하기로 했다.

지난 6일 발생한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는 주식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린 사고로 분석된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유령 주식’을 거래하거나, 법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를 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일 삼성증권에서는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배당금 입금 과정에서 주당 1000원이 아닌 주식 1000주가 입고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예정대로라면 우리사주조합의 보유 주식(지난해 말 기준 283만1620주) 기준으로 28억 원(283만1620주×1000원)이 지급돼야 했지만, ‘직원의 실수’로 28억3162만 주(283만1620주×1000주)가 건네졌다.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지난 5일 삼성증권 종가(3만9800원) 기준으로 112조6985억 원(28억3162만 주×3만9800원)에 달한다. 주식을 부여받은 직원 중 일부는 그 이후 해당 주식을 곧바로 팔아치우는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

문제는 현재 삼성증권이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존재하지 않는 ‘유령 주식’이 배당됐고, 또 그 주식으로 주식시장에서 실제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는 주식시장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관련 시스템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6일 시작된 관련 청원에는 8일 오후 현재 1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금융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가 국내 증권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보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 한국거래소 등과 함께 증권업계의 관련 시스템을 모두 점검하기로 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유령 주식을 발행하고 이를 유통하는 게 가능한지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기관주의나 기관경고 등 회사 차원의 제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무차입 공매도를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만 있을 뿐 금융당국이 이를 근본적으로 봉쇄하는 방안이나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 공매도란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행사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자나 기관에서 주식을 빌린 뒤 그 주식을 매도한다. 공매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주식을 빌리지 않은 채 가상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무차입 공매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