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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제 미래 이끈다 <13> 호승기업 양승진 부대표

손수 만든 수륙양용 오수처리시스템, 세계 시장 열었다

  • 국제신문
  •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  입력 : 2018-04-02 19:55:1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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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친 운영 조선·해양기자재업체 입사
- 연구소맡아 선박오수처리기 개발 성공
- 육지에서도 사용가능 … 각국으로 수출
- 일본·국내선 축산폐수처리기로 활용도
- “환경 분야 공부하려고 다시 대학 입학”

지난달 30일 부산 기장군 조선해양기자재 업체인 호승기업의 회의실. 얼굴이 거멓게 그을린 양승진(43) 부대표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호승기업은 최근 동남아 지역으로 시장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양 대표는 장기간 동남아 출장으로 얼굴이 탄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2008년 입사 후 회사의 수출을 처음으로 성공시켰다. 현재 호승기업은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7개국에 조선해양기자재를 수출하고 있다.

양 부대표는 “중소 업체라 처음 수출을 하는 데 힘든 점도 많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조선해양기자재를 육상에서도 쓸 수 있게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앞으로 베트남 등의 현지 생산 업체와 협력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 더 많은 수출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웃었다.
   
호승기업 양승진 부대표가 지난달 30일 부산 기장군 본사에서 자사 제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호승기업은 조선해양기자재 업체로 선박의 엔진 부분을 제외하고 보일러, 선박 오수처리 시스템 등 선박 기관실을 만든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조선기자재에서 오수처리 시스템으로
양 부대표의 아버지인 양호찬(70) 대표는 1989년 호승기업을 세웠다. 호승기업은 선박의 엔진 부분을 제외하고 보일러, 선박 오수처리 시스템 등 선박 기관실을 통째로 만든다. 양 부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아버지가 회사 경영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양 부대표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따고 가업을 잇기 위해 호승기업에 입사했다.

양 부대표는 “아버지 회사에 들어와서 가업을 이을지 다른 대기업이나 새로운 분야에서 나만의 경력을 더 쌓을지 고민이 깊었다. 회사와 직원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을 때 가업을 잇기로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처음 회사에 입사해 자사 연구소를 맡았다. 처음부터 연구소가 잘 돌아가지는 않았다. 반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친 그는 선박 오수처리 시스템 내부 장치 등을 개발했다. 기존 오수처리 시스템의 일부 장비 및 부품은 다른 업체에서 받은 것이었다. 양 부대표는 오수처리 시스템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자사 제품 비율을 높였다.

결과는 시장 다변화로 나타났다. 조선소에 납품하던 오수처리 시스템을 이제는 육상에서도 쓸 수 있게 됐다. 적용할 수 있는 곳도 호텔, 리조트, 아파트, 공공하수처리장 등 다양했다. 자연스럽게 수출도 이뤄졌다. 최근에 호승기업은 축산 폐수 처리장치를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 해당 제품은 국내 농가에서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조선해양기자재를 넘어 환경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양 부대표는 다시 대학을 찾기도 했다. 대학에서 환경을 다시 전공한 그는 수업을 다 마치고 학위를 받기 위해 한 학기만 남겨둔 상황이다. 그는 “환경은 잘 모르는 분야라 대학을 다니면서 다시 펜을 들었다. 아직 자사의 조선기자재 생산 비중이 높지만 앞으로 수출이 늘어나면 오수처리 시스템 쪽도 생산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책임의식

양 부대표는 지난해 아버지로부터 경영권 전반을 물려받았다. 그동안 수출 시장을 넓히고 시장 다변화를 꾀하는 등 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했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가업을 잇기까지 쉬운 과정이 하나도 없었다. 힘든 순간마다 그가 되새긴 것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책임의식’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과감하게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고 책임감을 배웠다. 최근 조선업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회사가 힘든 상황에 부닥치자 양 부대표의 아버지는 회사 임직원들에게 솔직하게 자금 사정 등을 이야기했다. 회사 창업주로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지만, 임직원들에게 차근차근 회사 사정을 설명했다. 이를 극복하려는 방법을 제시하며 임직원을 설득했다. 아버지의 용기 있는 행동에 직원들도 믿음을 가지고 회사 업무에 전념했다. 위기가 기회로 변했다. 회사에 강한 책임의식을 가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버지로부터 배움을 얻은 양 부대표는 경직된 사내 문화를 바꾸며 자신만의 색깔을 나타내기도 했다. 조선해양기자재 업계 특유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바꿨다. 임직원과 나름대로 소통을 이어갔고 임직원이 다른 회사 직원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특히 임직원의 외부 활동 횟수가 늘어나자 여러 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임직원들이 조선해양기자재 업계에서 호승기업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게 된 것이다. 잘한 것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끼고 부족한 부분은 메우려고 노력하는 등 조직이 유연해졌다.

양 부대표는 “조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아버지의 추진력이나 노하우를 당장 몇 년만에 따라갈 수 없다. 다만 내가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학교에서 공부한 부분으로 이를 만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버지와는 스타일이 조금 다르지만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는 호승기업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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