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업체에 최대 90% 관세율
- 파이프·튜브 가장 큰 타격 예상
- 5년간 수출 손실액 2조 원 이상
- 1만3029명분 일자리 감소 추산

국내 철강업계가 9일 트럼프 발(發) ‘관세 폭탄’을 피하지 못하면서 대미 수출이 사실상 봉쇄될 위기에 처했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민관 대책회의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철강업계 대표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재계와 업계는 미 행정부를 향한 우리 정부의 설득 노력과 별도로 기업 대표단과 서한 등을 통해 “철강 제재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해 달라”고 미국에 호소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철강 수출국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에 최종 서명했다. 이로써 한국 경제는 지난 1월 세탁기 및 태양광 패널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발동에 이어 두 달 만에 연타를 맞게 됐다.

앞으로 한국의 철강산업은 대미 수출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25% 관세’ 규제는 앞서 미국이 한국산 철강재에 부과한 최고 60%대의 반덤핑·상계 관세에 추가로 적용된다. 따라서 국내 철강업체 대부분은 80~90%대의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포스코의 경우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냉간압연강판은 66.04%를 적용받고 있다. 여기에 25%를 더하면 관세율은 91.04%나 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상호 산업정책팀장은 “앞으로 한국 철강기업의 대미 수출이 사실상 막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철강산업 전체로 보면 향후 5년간 24억 달러(2조5653억 원)의 수출 손실(한국경제연구원 지난 7일 추산)이 예상된다. 같은 기간 일자리 감소분은 1만3029명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철강 수출품 중 미국 수입시장의 20%를 차지하는 파이프·튜브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날 자체 분석을 통해 앞으로 3년간 한국 경제의 부가가치 손실액이 1조3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산 철강 규제는 올해 초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이 ‘철강 관세’를 FTA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 앞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대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향해 “만약 우리가 (NAFTA 재협상에서) 합의에 도달하면 두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25% 관세’ 규제는 오는 23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