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해킹기술로 못 뚫는 보안체계
- KT, 일대다 시험망 지난달 공개
- SKT, 세계 1위기업 최근 인수
- LGU+, 연내 기술개발 착수
- 관련시장 2025년 1조 원대 예상

국내 이동통신 3사가 ICT(정보통신기술) 관련 차세대 보안 기술인 ‘양자암호통신’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갈수록 진화하는 해킹 등으로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5G(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접목할 경우 급성장이 예상되는 ICT 보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KT 직원들이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자사 연구소에서 ‘일대다 양자암호통신’ 시험망을 테스트하고 있다.

■자율주행차·IoT 아파트 등에 적용

양자암호통신은 분자보다 작은 양자(quantum·더는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를 활용한 암호화 기술이다. 제3자가 해킹 또는 도청을 시도할 경우 송·수신자는 피해를 입기 전에 이를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존하는 해킹 기술로 뚫을 수 없는 보안 체계’로 불린다.

KT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으로 구축한 ‘일대다(1:N) 양자암호통신’ 시험망을 지난달 말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시험망은 KT의 상용 네트워크 환경에서 하나의 서버와 다수의 클라이언트가 동시에 양자암호 키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해커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사실상 0%’여서 사물인터넷(IoT)이 설치된 아파트나 자율주행차 등 보안 체계가 무너질 경우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는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KT 관계자는 “상용 네트워크에 일대다 양자통신 망을 구축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KT는 지난달 국내 양자통신 기술 기업 및 연구소 등과 함께 ‘양자통신 에코 얼라이언스(Eco Alliance)’를 출범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우면동에 있는 자사 융합기술원에 양자정보통신 기술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시스템)를 설치했다.

SK텔레콤이 ‘MWC 2018’에서 공개한 세계 최소형 양자난수생성기(QRNG) 칩 모습.

SK텔레콤은 해외 업체와 손을 잡았다. 양자암호통신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스위스의 ‘IDQ’를 지난달 26일 인수했다. SK텔레콤은 IDQ 인수를 계기로 양자암호통신이 가능한 전용 중계기를 올해 안에 개발한다. 또 일반 인터넷 가입자들이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2020년까지 초소형·초저가 장비를 내놓기로 했다. 앞서 SK텔레콤은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말 ‘MWC 2018’에서는 세계 최소형 양자난수생성기(QRNG) 칩을 공개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권영수 부회장이 ‘MWC 2018’에서 언급한 대로 연내에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 등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까지 주로 ‘건물 침입자 알림’ 등 ICT를 활용한 시큐리티 사업에 주력해 왔다.

■5G 관련 보안 생태계 탄력 전망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앞줄 가운데)이 MWC 2018에서 중국 화웨이의 5G 관련 보안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양자암호통신 시장에 뛰어든 것은 갈수록 커지는 보안의 필요성뿐 아니라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보안 시장의 성장세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2억 원이었던 국내 양자암호통신 시장 규모는 2019년 363억 원으로 3배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2025년에는 1조4051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5G 상용화를 앞두고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실생활 전반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이동통신 업계가 관련 기술 개발에 총력을 쏟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동통신사들은 높은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금융이나 국방 분야 등에 자사의 양자암호기술을 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ICT 업계 관계자는 “고용량 데이터가 다량으로 전달될 5G 시대에는 재난이나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안이 주요 화두로 등장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등이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의 생태계 조성 움직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