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1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 놓으면서 롯데는 창사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한일 ‘원톱’ 구도가 하루 아침에 깨지는 상황을 맞게 됐다.
그간 신 회장은 ‘형제의 난’이 발생한 2015년 이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끊임없는 경영권 탈환 시도에도 ‘원톱’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그룹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날 신 회장의 사임으로 ‘한일 롯데 통합경영’은 사실상 좌초된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를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는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을 99%나 갖고 있다. L투자회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자회사다. 부산롯데호텔의 지분은 아예 100%가 일본 롯데홀딩스(46.62%)와 L투자회사의 몫이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이러한 지분율에 힘입어 경영 간섭 등 한국 롯데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호텔롯데 상장도 일본 롯데홀딩스가 반대할 경우 아예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일본 기업’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롯데그룹의 ‘뉴 롯데’ 프로젝트 중 하나다. 호텔롯데의 한국거래소 상장이 이뤄지면 일반 주주의 비중은 40%대로 높아진다. 한국 롯데가 추진하는 굵직한 사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측이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 구조만 볼 때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갖게되는 사람이나 조직이 한일 롯데의 총괄 경영권을 쥐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 회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신 전 부회장의 반격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오는 6월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임시주총 등을 통해 경영 일선 복귀를 시도하는 방안을 놓고 측근들과 긴밀히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는 이날 입장문에서 “일본 롯데 경영진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