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제대 석·박사들 뜻모아 창업
- 유전정보·생활습관 정밀분석
- 최적화된 진단·치료에 활용
- 개인별 주의 약물 검사 제품
- 지역 첫 식약처 KGMP 획득
- 비임상 분야 전문화에도 도전장
2013년 미국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양쪽 유방 절제 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당시 졸리는 미국 뉴욕타임스를 통해 10년 동안 암 투병 끝에 작고한 어머니와 똑같은 상황을 겪고 싶지 않다는 점을 밝혔다. 졸리는 어머니로부터 유방암 관련 유전자인 BRCA1을 물려받았는데 해당 유전자는 유전성 유방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그는 유방 절제술을 통해 언젠가 다가올 미래 불행을 사전에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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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피메드 신호정 대표와 직원이 지난 13일 부산 북구 부산지식산업센터 내 본사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에스피메드는 지역에서는 드물게 정밀의료라는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서정빈 기자 |
졸리의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 ‘졸리 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실제 졸리의 수술 이후 국내에서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유방을 절제하는 ‘예방적 유방절제술’ 시행이 2013년 4건에서 2016년 20건으로 급증했다. 덩달아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밀의료가 주목받았다. 정밀의료는 유전정보, 생활습관 등 개인정보를 토대로 최적화된 진단 및 치료를 적용하는 헬스케어 패러다임이다.
지난 13일 부산 북구 부산지식산업센터에서 정밀의료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에스피메드 신호정(여·43) 대표와 직원들을 만났다. 2016년 설립된 에스피메드는 약물 유전자 검사 및 키트 제작·판매 등을 하는 정밀의료 스타트업이다. 인제대학교 약물유전체연구센터에서 연구하던 석·박사들이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신 대표는 “5년 전부터 센터 내부에서도 이런 회사의 필요성을 느꼈다. 대학에서는 실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밀맞춤 의료 서비스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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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회사 신호정 대표. |
10년 차 직장인 A 씨는 퇴근 후 치킨과 맥주를 자주 즐겼다. 어느 날 새벽 잠에서 깬 A 씨는 발가락에서 찌르도록 아픈 통증을 느꼈다. 병원을 방문한 A 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통풍이었다. 병원 의사는 A 씨에게 통풍치료제인 알로푸리놀을 처방하기 전 약물 유전자 검사를 먼저 했다.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뇨산혈증과 통풍치료제로 사용되는 알로푸리놀을 투여하기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HLA-B5801’ 유전자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없는 경우 복용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해당 유전자를 가진 경우 알로푸리놀을 복용하면 약물 과민반응으로 피부가 괴사하는 스티븐 존슨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 에스피메드가 의료기관의 요청으로 A 씨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적합한 약물요법을 결정하도록 도울 수 있다. 에스피메드는 웹 기반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항암제를 포함한 여러 약물을 처방할 때 적합한 약물을 결정하는데 개인의 유전자 정보가 큰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 이미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한 약물 유전자 검사가 의료보험에서 보험 급여로 지급되고 있다.
에스피메드는 이와 함께 약물 유전자 검사 키트 12종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개인의 약물 반응에 영향을 주는 약물 유전자를 손쉽게 검사할 수 있는 제품이다. 에스피메드는 해당 키트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KGMP) 적합 인정도 획득했다. 해당 분야에서 KGMP 적합 인정을 받은 업체는 국내에서도 수도권 2곳을 제외하고 지역에서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피메드는 키트 수출도 준비 중이다. 유럽인증(CE·Conformity to European)을 받게 되면 미국 등 자국 허락을 받아야 하는 나라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로 수출 길을 열 수 있다. 이외에도 일반인들이 건강검진센터 등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비임상시험도 노린다
약물 유전자 검사와 더불어 에스피메드는 비임상 ADME 평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ADME는 흡수(Absorption), 분포(Distribution), 대사(Metabolism), 배설(Excretion)의 약어로 하나의 약물이 생체 내 목표하는 장기에 이르기까지의 처리 과정을 의미한다. 비임상 ADME 평가는 신약 개발 단계에서 아주 중요하면서 필수적인 자료다. 신약 후보 물질을 탐색하는 초기부터 임상시험 전까지의 단계에서 신약 가능성을 평가해 임상시험 진입 여부를 결정한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임상시험수탁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연평균 12.8%의 성장률을 기록해 2021년 약 70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시장도 해마다 14.1% 성장률을 보이며 2019년 20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는 연구개발(R&D) 비용 절감을 위해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추세다. 임상시험수탁 시장이 커지면 비임상시험수탁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신약 개발을 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해당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국내 업체를 찾지 못해 대부분 외국 업체에 외주를 맡긴다. 에스피메드는 벌써 이런 수요에 맞춰 나가고 있다.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 제약사, 대학 연구소 등에서 신약 개발에 대한 비임상 ADME 평가 서비스를 의뢰받아 15건의 연구를 수행했다. 신 대표는 “약물 유전자 검사 서비스로 정밀의료를 우리의 삶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더불어 신약 시장의 확대에 발맞춰 비임상 ADME 서비스에서도 전문성을 가진 업체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