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업계 등 연쇄충격 불가피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관련 업계에 암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부산의 철강업은 지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 산업’인 데다 지난해 수출이 모처럼 반등세를 기록한 상황이어서 미국의 고강도 수입 규제에 따른 충격이 다른 지역 및 업종보다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무역협회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2월 부산 철강제품(아연도강판·철강선 등)의 누적 수출액은 2016년(25억2000만 달러)보다 16.6% 증가한 29억3700만 달러(3조1700억 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 부산의 철강제품 수출액이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인 것은 2014년(4.5%) 이후 3년 만이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3.3%와 2.3%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부산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액(아연도강판 기준) 증가율은 48.6%로 멕시코(29.0%)와 인도(45.4%) 등 주요 신흥국보다 높았다. 이는 글로벌 철강수요 회복 등에 힘입은 결과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수입 규제안이 시행되면 부산의 철강업계는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고율의 관세 적용은 ‘수출 급감→이익률 저하→업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 제출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에서 한국 등 12개 주요 철강 수출국에 대한 관세(53%) 적용 방안을 확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월 11일까지 상무부 제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미국 수출 길이 막히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더욱이 부산의 철강업은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큰 상황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부품과 조선 등 주요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철강업의 부진은 자칫 지역 경제 전반에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도 뾰족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철강업계가 지난 17일 백운규 산업부 장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었으나 ‘미국 정부를 최대한 설득한다’는 수준의 논의만 이뤄졌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