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건수와 규모가 전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들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역량강화에 나섰고, 자동차 전장, 반도체, 인공지능 스피커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M&A가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발표한 ‘2017년 기업결합 동향 및 주요 특징’을 보면 작년 공정위가 심사한 기업결합 건수는 총 668건이며 금액은 509조4000억 원이었다.

기업결합 건수는 전년보다 22건(3.4%) 증가했지만, 금액은 84조2000억 원(14.2%) 감소했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세계 경제의 성장세 유지와 국내 경제의 회복 등의 영향으로 건수와 금액 모두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514건에 53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4건(4.9%), 27조5000억 원(104.6%) 증가했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의 경우 전반적으로 사업구조 개편과 사업다각화를 위한 M&A에 적극적이었다. 대기업집단의 M&A는 총 135건으로 전년(122건)보다 10.7% 늘었고, 규모 역시 18조9000억 원으로 전년(11조1000억 원)보다 70.3% 증가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9조3000억원), 롯데제과-롯데쇼핑 건(3조9000억원) 등 대형 기업결합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사업구조 개편 목적으로 볼 수 있는 계열사와의 M&A 건수는 68건으로 47.8% 늘었고 금액 역시 7조3000억 원으로 135.5% 증가했다. 합병이 47건, 영업양수 19건, 주식취득 2건이었다. 롯데제과-롯데쇼핑 등 소유구조 변경이나 시너지 강화 목적은 합병으로 추진됐고, 카카오게임-카카오 등 선택과 집중 목적의 결합은 영업양수가 주로 활용됐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비계열사와의 M&A의 경우 건수는 67건으로 11.8% 줄었지만 금액은 11조6000억 원으로 45% 증가했다. 삼성전자-하만 건(자동차 전장), SK-LG실트론 건(반도체 웨이퍼)은 각각 하방시장 진출과 상방시장 원재료 확보를 위한 수직결합이었고, 라인프렌즈-엘아이제이브이 건(인공지능 스피커) 등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시장 진출을 위한 혼합결합으로 분석된다.

한편 외국 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154건, 455조6000 원으로 전년(156건, 568조3000억 원) 대비 건수는 1.3%, 금액도 19.7% 감소했다.

금액 감소 폭이 더 큰 이유는 전년과 비교할 때 20조원 이상의 초대형 M&A가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 건수는 전년보다 12.8% 감소했지만, 금액은 200% 증가했다.

외국 기업은 유니레버의 카버코리아 인수(3조2000억 원), Leguh Issuer-휴젤(8000억 원) 건등 국내 화장품·의약품 기업에 대한 대형 M&A를 추진하는 한편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페이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국내기업 인수에도 관심을 보였다.

국내 기업을 인수한 외국 기업의 국적은 유럽연합(13건)이 가장 많았고 미국(12건), 일본(5건), 중국(2건)이 그 뒤를 이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